뜯다가 턱 밑에 늘어진 로프를 밟고 펄쩍 일어설까봐

 로프는 귀 뒤로 넘겨 올려놓았다.

 

가끔 칸타가 귀여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이럴 때 그렇게 느껴진다.

 

 

 

 

 

 

 

​기승운동이 끝나고 보리밭에 갔다.

보리밭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와 칸타 뿐이었다.

요즘엔 보리밭에 우리만 있을지라도 칸타가 느긋하기 때문에 이날도 그럴 줄 알았다.

 10여분이나 지났을까, 칸타가 머리를 높이 들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럴 때 내 눈높이에서 올려다보는 칸타의 얼굴은 까마득하게 멀다.

 

 칸타가 입에는 보리싹을 문 채로 얼음이 되었길래 대체 뭘보나 시선을 따라가니

멀리 떨어진 논에서 사람 너덧 명이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칸타로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해독되지 않는 행위를 하고 있으니 바짝 긴장한 것이다.

로프를 흔들고 서있는 자세를 바꿔주어도 긴장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각 마장에서는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이 말타고 있었다.

만일 칸타가 긴장을 못 이기고 뛰어들어간다면 갑작스런 상황에 다른 말이 놀랄 수도 있었다.

 

칸타에게 마지막으로 "풀 먹을래? 들어갈래?" 물으니 들어간다고 마방쪽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그럼 그러자꾸나." 나는 순순히 칸타의 바람을 존중했고,

우리는 좀 서두르는 걸음이긴 했지만 마사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가자 입구쪽으로 막 운동을 하려는 말,운동 마치고 들어온 말이 섞여 북새통을 이루었다.

일찌감치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마르와 할방님도 만났다. " 어 벌써 들어오네." 하는 말을 말을 남기고 둘은 보리밭으로 총총 사라졌다.

 

 

 

 

 

 

​칸타는 잔칫집에 갔다가 막 상에 앉아 먹으려는 찰라 갑자기 일어나 나와서 집에 오게된 격이다.

 칸타가 아쉽겠다 싶어 볏짚을 좀 갖다주고 먹으라 했다.

그날 따라 볏짚은 질기고 뻣뻣해서 맛이 없어 보였다.

칸타도 구미에 당기지는 않았지만 달리 할일도 없어서 의욕없이 그저 우물우물 씹어댈 뿐이었다.

한참 칸타를 바라보니 그 얼굴엔 생각이 많아보였다.

'내가 왜 일찍 방에 들어온 걸까? 아마르는 지금쯤 배터지게 보리싹 뜯어먹을 텐데 ……'

 

 

 

 

 

 

 

​다음날 다시 칸타를 데리고 보리밭에 갔다. 운동 끝나자마자 곧바로 직행했다.

같은 상황이라도 몸에 마구가 채워져 있을 때 말은 더 안심하고 순응한다.

어제처럼 농사짓는 사람이 언뜻언뜻 보여도 칸타가 긴장하지 않도록 운동하던 행색 그대로 데리고 온 것이다.

칸타는 어제보다 더욱 편안했다.

보리밭 가장자리쪽으로는 웬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일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아저씨가 "나도 옛날에 소 키웠는데 …" 하고 말을 걸어와서 알게된 사연인즉,

서울 사는데 김포에 땅을 사두는 바람에 종종 들러 그 땅에 묘목 심어놓고 관리하는 거라고 했다.  그분이 바로 지주였다.

 

사람 태우던 말을 데리고 나와 풀 뜯기는 모습도 흔한 풍경은 아닌지라

지주는 처음에 우리를 힐끔힐끔 보다가 나중엔 아예 다가와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가까이에서 말 구경도 하게 되었다.

아주머니도 화장실 드나드느라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한마디씩 살가운  얘기를 건네기도 했다.

그 뒤로 칸타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전까지는 승마장 쪽으로 가까운 보리밭 언저리에서만 맴돌았는데

아저씨,아주머니랑 대화를 주고받은 후엔 활동반경이 넓어져서 그분들이 일하는 경계선까지 진출했다.

칸타의 심리는 이렇다.

1. 엄마랑 말 섞는 걸 보니까 믿어도 되겠다.

2. 저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있어. 나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거야.

 

 

 

 

 

 

 

 

​그분들이 하던  작업의 내용은 이것이다.

 작년에 사다가 심은 감나무가 잘 자라도록 훗날 풀을 뽑아주어야 할 텐데 자주 못오니

어린 나무들이 자라는 땅에 전체적으로 검은 비닐을 씌우는 거다.

그러면 햇빛을 받지 못한 풀이 자라지 못하는 이치다.

 

 

 제초제를 확 뿌리는 방법도 있지만 옆에서 말 키우는데 해가 될까봐 차마 그럴 순 없노라고 했다.

마음씀씀이가 참 고마운 분들이다.

 

 

 

 

 

 

 

 

 

 

​그런데 말들은 검정비닐을 무척 두려워한다.

색깔 때문에 그렇다.

얼마 전 승마장 안의 세마장 바닥에 검정 고무판을 깔아뒀는데 처음 들어가는 말마다 놀라서 덜덜 떨고 난리가 났다.

 칸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칸타가 검정비닐 옆에서 천연덕스럽게 보리싹을 뜯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서산에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어서 오늘 안에 집에 돌아가야 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바빠졌다.

그러다 보니 검정비닐을 '펄러덕 '소리가 나게 공중에 들쳐서 판판하게 깔았다.

그 소리와 광경이 꽤 자극적이었는데도 겁쟁이 칸타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아마르도 운동 끝나고는  목욕을 시원하게 하고 밭으로 나왔다.

아마르는 아까 낮에 검정 비닐 옆에서 둔감화훈련도 하며 적응하도록 했었다.

그런데도 옆에서 비닐이 펄럭 하는 기미가 보이자 움찔하며 '이크' 피하는 시늉을 했다.

할방님이 아마르를 데리고 비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섰고 ,칸타도 그쪽에 있지 말고 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칸타는 검정비닐 옆에 오래 머물고 싶어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제와 너무 다른 칸타의 변신에 웃음이 나왔다.

 

 할방님과 그 소감을 주고받기를 ,

아무래도 칸타가 엄마의 신뢰를 얻으려고 자기가 얼마나 용감한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중인 것 같다,

어제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서는 후회를 엄청 많이 했나보다, 뭐 이런 얘기 등등을 했다.

 

                                             (이날 낮에 승마장 주변으로 산책나갔던 아마르 모습

 

 

 

아마르도 예민하게 굴다가도

동네 한바퀴 돌고 오면 눈이 초롱초롱 해져서 어지간한 자극에 휘둘리지 않고 편안히 운동한다.

 

 

 

 

 

 

 

밖에서 좀 센 환경적 자극을 받아들이고 오면

승마장 안에서는 경계도,긴장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칸타도 요즘 자주 보리밭에 나가 놀다 들어오니 야외 운동장에서 운동할 때

바람이 불고 비닐이 좀 펄럭거려도 긴장하지 않아서  훨씬 수월하고 내 마음도 평안하다.​

 

 

 

 

 

 

아무튼 겁쟁이 우리 칸타가 요즘 '또 언제 보리밭 가나!' 하고

기대하고 얼른 따라나서는 모습이  귀엽다.

 

 

 

 

 

 

 

'깐돌 Story > 6세 아마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나믹 암말 칸타빌레  (0) 2015.04.07
봄날의 말 삭모  (0) 2015.04.06
당근씨 뿌린 날  (0) 2015.03.31
봄날 장제사가 다녀갔다  (3) 2015.03.13
말(馬)의 치과진료 -정치(整齒)  (0) 2015.03.09

설정

트랙백

댓글

 

3월 29일에 마주들이 모여 당근씨를 뿌렸다.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했다.

작년 가을에 밭에서 싱싱한 당근을 뽑아다 말 아이들에게 먹이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어

다들 대충 말 타다가 부랴부랴 내려서 밭으로 달려갔다.

 

 

​1봉지를 그릇에 쏟아보니 새 모이만큼 나왔다.

당근씨는 커서 당근이 될 거라고 주황색이고 크기가 참깨알보다 조금 컸다.

 

 

​밭은 미리 잘 갈아엎어 길다란 고랑으로 블럭이 나누어져 있었다.

우리(칸타네)는 크리스네랑 한 고랑을 공동 경작하기로 했다.

씨를 뿌리려면 먼저 씨 뿌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대략 15 센티 간격으로 홈을 팠다.

 

 

브릿지 마주님이 당근씨 심을 자리를 차근차근 만들고 있는 두번째 줄이 칸타와 크리스네 밭이다.

 

 

브릿지 맘 :   ​'요런 자세로 씨를 솔솔 뿌리면 될 것 같아요'

 

 

 

​한편 마장에서는 그 시각 마장마술 말 훈련 시키느라 활력이 넘쳤다.

"더 액티브하게 보내세요! " 하는 외침이 들리고 ,말이 펄펄 날아다니는가 하면

게걸음치듯 옆으로 신속하게 나아가기도 했다.

 

말들의 활력과 생동감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 분위기와 하모니를 이루는 듯했다.

이곳에 뿌린 당근씨들은 날마다 말발굽이 땅을 울리는 소리를 듣고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원장님 말씀으로는 한 고랑에 씨 두 봉지가 적당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하려면 거의 한 개씩 집어서 간격을 맞춰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농부들이 누구인가?

다들  경험없는 초짜 농부 홀스맘인지라 다 뿌리고 보니 한 고랑에 4봉지가 들어가고 말았다.

콩나물처럼 빼곡하게 올라오는 당근 솎아내려면 쉽지 않겠네~

그래도 다들 농부로 첫 발을 내디뎠다는 자부심은 크다.

 

 

​씨를 다 뿌렸으면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양분을 잘 빨아들이도록

이불 덮듯 흙을 살살 잘 덮어주어야 한다.

흙에는 마분이나 톱밥이 보인다.

말이 먹고 뒤로 내놓은 것을 흙이 품어서 당근을 쑥쑥 자라게 한다.

그 당근을 말님들이 냠냠 먹는다. 자연의 순환이다.

 

 

​엄마 따라 나들이 나온 크리스 동생 슈나우저 예지란다.

 

 

 

​원래 요 자리에서 갤러리 하랬는데 예지가 얼떨결에 자꾸 마장 안으로 들어가서 밭 옆으로 옮겨주었다.

입고있는 퀼팅조끼가 승마패션스럽다. 부츠만 신겨주면 완벽?

 

 

한강에서는 너무 익숙한 풍경이지요 하하 ~

 

당근농사가 풍년이 들기를 기원합니다!

 

 

 

 

 

설정

트랙백

댓글

 

 

 

 

 

 

 

 

 

 

 

 

 

 

 

 

 

 

 

 

 

 

 

 

 

설정

트랙백

댓글

 

 

 

작년 여름이라 더워서 아마르는 털도 짧고, 머리도 땋아내렸는데 장제사들은 긴옷 차림이다.  발굽을 삭제해주는데 아마르는 왜 눈을 질끈 감고 혀를 메롱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루를 건너뛰고 승마장에 나가 보았더니 칸타와 아마르의 발굽이 깔끔했다. 지난 삭제일로부터 55일이 지난 싯점이다. 삭제 전날 내일은 안 나올 것이니 아이들 발굽을 단단히 관리해두자 싶었다. 삭제한 지가 오래 되어 아이들 발굽에서 제차 경계선 부위가 거뭇하고 꼬리꼬리한 냄새가 풍겼던 거다. 꼼꼼하게 긁고 털어낸 후에 포비돈을 스프레이로 칙 뿌려놓았다. 그랬던 발굽이 다시 와서 보니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깨끗했다.

 

 

 

 

                                      박건영 장제사팀 .  아마르는 선풍기바람 맞으며 시원하겠다.

안장이 보이는 공간에 지금은 안장실이 지어져서  '그때 그 시절' 추억의 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사진들은 작년에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관하다가 연말에 단체로(?) pc에 이주시킨 사진 중 일부다. 매달 보는 장제 풍경은 승마를 하며 접하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다. 발굽은 가장 낮은 곳에서 말과 사람의 체중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니 가장 고단한 말 신체 부위일 것이다. 그런 발굽이 편안하도록 돌보는 작업이 바로 장제다. 

 

 발굽을 위하여 장제사는 허리를 굽히고 발굽을 소중하게 감싸쥔 채 목공예라도 하듯 섬세하게 깍아야 한다. 장제사가 발굽에 몰입하는 동안 허리를 굽힌 작업자세에서는 겸손함을, 발굽을 매만지는 손길에서는 타자(他者)에 대한 존중감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뭇 경건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아름답다고 느끼지 아니할 수 없다.

 

여름날에도 장제사는  긴팔에 긴바지 장제용 가죽 챕까지 두르고 작업해야 한다. 말 한 마리를  장제하고 나면  땀범벅이 되고야만다. 그런  장제사 모습에서 요즘에 주변에서 찾아보기 귀한  노동의 고단함과 신성함을 느낄 수 있다. 장제를 하는 공간은 그곳이 어디건 간에 그 노동의 신성함과 생명을 보살피는 노동의 의미로 인하여 성소(聖巢)로 변한다. 쇠를 달구는 불꽃, 달구어진 쇠에 발굽이 닿을 때 피어오르는 연기, 비일상적인 발굽 타는 냄새, 일하는 사람의 경건하고 침착한 자세가 성소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날마다 발굽 들여다보는 일은 나의 일과다. 칸타나 아마르도 하루에 한,두 차례는 발굽을 들어 바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그렇게 알고 있다. 말을 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타는 말의 발을 손으로 들어보아야 한다.

 

말마다 다리가 균일한 상태가 아니므로 쉽게 드는 발과 어렵게 주는 발, 아예 안 주려는 발도 있다. 또 사람이 잡고 있어도 오래 유지하는 발과 얼른 내리고 싶어하는 발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 얼른 내리고 싶은 다리의 반대편 쪽이 불편한 다리다. 두 다리로 부담하던 체중을 아픈 쪽으로 다 부담하려니 힘들어서 그렇겠지.

 

그런 상태를 느끼면 말 다리가 어디가 튼튼한지 약한지를 체크할 수 있어서 기승했을 때 어떤 운동의 모습을 보일지 읽을 수 있다. 만일 평소 잘 주던 다린데 잘 안 준다면 탈이 난 게 분명하다. 이러한 과정을 발굽과 대화하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아마르 발굽은 편자를 신기지 않는 자연발굽으로 매우 건강하다.

 

아마르의 발굽을 파줄 적에 재미있는 점이 있다. 앞다리는 교육을 받아서 '풋!' 하고 외치면 들어준다. 뒷다리는 내가 직접 들어주는 것을 싫어한다. 비절 근처를 만지면 저 스스로 다리를 들어서 들고있으려고 한다. 처음 들어올려서는 허공에 헛발질처럼 잠시 허우적거리다가 균형을 유지하며 들고 있는 거다. 한 마디로 '혼자서도 잘 들어요!' 하고 의지를 보이는 거다. 할머니 팔 아플까봐 그런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

 

 

 

 

 

 

 

 

 

 

 

 

 

 

 

 

 

 

설정

트랙백

댓글

 

 

​3월 초에 2명의 수의사가 방문하여 4필의 말에 대한 치과진료를 하였다. 그 중에 우리 아이들 칸타와 아마르도 껴있다. 지난 겨울부터 칸타가 운동 중에 재갈을 불편해하면서 입을 벌리는 일이 잦고 간혹 머리를 흔들기도 해서 칸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러 원인을 생각해보다가 칸타가 언제 정치를 받았나 진료기록노트를 찾아보니 아뿔사 2년이 훨씬 지나 있었다. 부랴부랴 마치의 전문 수의사에게 연락했고 덩달아 아마르까지 말끔한 진료를 받았다. 이후 아이들이 운동할 때 입안이 편안하니까 집중력이 높아져서 좋아진 기승감각을 체험하고 있다.

 

 

 

 

​서양의 동화 중에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가 많다. 그 중에 꼭 칸타공주님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곳에 공주가 찾아왔다. 그러나 진짜 공주인지 인증되지 않았다. 그 공주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잠자리 침대 바닥에 콩알을 놓고 매트리스를 열 장쯤 쌓았다. 그곳에서 자고난 공주님이 등이 배겨 불편했노라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진짜 공주임이 판명났다. 얼마나 예민하면 열 장 매트리스 위에서 자고도 등이 배길까. 그 공주에 버금갈 정도로 예민한 공주를 말 중에서 찾는다면 칸타쯤 될 것 같다.

 

개그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쩍 벌린 칸타의 입안을 위로 올려다 보았다. 어금니들이 일렬종대로 볼살과 맞대고 길게 나 있었다. 수의사가 장갑낀 손으로 볼살을 들쳐올려 이의 상태를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어금니가 사람처럼 가지런하게 둥글둥글 옥수수알처럼 보이지  않았다. 관리받은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어금니의 단면은 바깥으로는 볼살과 이웃하고 안쪽으로는 혀의 측면과 기대었는데 그 부분들이 울퉁불퉁을 넘어서 뾰족하기까지 했다. 그 모양과 유사한 이미지라면 이런 게 떠오른다.

 

요즘은 통조림 뚜껑이 원터치캔이지만 옛날 클래식한 통조림들은 따개를 이용하여 찌걱찌걱 굴려서 뚜껑을 땄다. 따고나면 동그란 뚜껑의 절단면은 뾰족뾰족하여 손이라도 댔다간 베이기 십상이다. 꼭 불규칙하게 마모된 어금니 단면끝이 잘라낸 통조림 뚜껑 절단면처럼 보였다. 처음에 마모될 때는 빨래판의 굴곡 같았다가 더 시간이 흐르면서 뾰족해졌을 것이다. 볼에는 상처가 났다가 아문 흔적도 보였다. 이 지경이었으니 예민한 공주님 칸타가 얼마나 신경쓰이고 불편했을까 싶다.

 

 

 

 

​     아마르의 입안도 사정은 칸타랑 비슷했다. 다만 성격이 무던하니까 별 티를 안냈던 뿐이다.

 

 

 

 

​아마르는 낭치도 하나 뽑았다. 사람의 사랑니처럼 불필요하면서 ,말의 어금니 맨 앞줄에 콩알만하게 나서 재갈을 건드리는 놈이다. 마취주사를 맞고 핀셋으로 낭치를 뽑아냈다. 말에 따라서는 뿌리가 깊어 뽑기 힘든 낭치도 있다고 한다. 아마르의 입안에서 존재감 없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승용마의 전도양양한 앞날을 위하여 그만 치워지고 만 셈이다. 아마르가 진료 받을 때는 태연한 얼굴이었는데 다 끝나고 나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주루룩 떨어졌다. 나름 힘들었나보다.

 

 

 

 

​아마르를 처치하는 동안 이미 끝난 칸타는 진정제 효과가 남아있어 회복하라고 그냥 세워뒀는데 어느 순간 깊고도 긴 '푸우우우'하는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 와중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거다.

 

(다른 사례)

 

말 3.

8살이 되도록 한 번도 관리받지 못했다. 어금니의 단면은 통조림 절단면을 넘어 톱날처럼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어금니 맨 앞엣니가 혼자만 마모되지 못해서 갈고리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운동할 때 늘 머리를 흔들던 이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진료과정을 보지 못한 마주는 나중에 수의사에게 결과 보고를 듣고는 애마가 그동안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며 마음 깊이 아파했다고 한다.

말 4.

 

18살 정도고 그동안 규칙적인 관리를 받았다. 문제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충치가 있었다. 말 어금니 중에서 충치가 잘 생기는 전형적인 자리라고 한다. 그 자리 충치가 더 진행되면 염증이 상악골로 유입되어 코에서 악취가 심한 콧물이 흐르게 된다고 한다.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겠고 충치가 심해지면 뽑아내야 한다.

 

 

 

 

 

​말의 치아관리를 잘 하면 말이 기승운동을 더 잘하게 되므로 타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말이 기승운동 중에 보이는 많은 문제점이 입안의 치아문제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봄이 앞다투어 오고  좋은 날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그 좋은 날에 말과 더불어 즐기기 위해 말의 치아관리는 필수다. 입안에 통조림날이나 톱날을 문 말에게 무엇을 요구하여 말에게  고문이 되기를 원하는 승마인은 결코 없을 것이다.

 

 

 

​<승마 교감의 예술>(케이트 박 ,저)에 보면 이 문제가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소개한다. (페이지 280 - 281.)

 

이가 탈이 났을 시  운동할 때의 증상들

 

재갈 받기를 싫어한다.

코끈을 매거나 볼을 만지는 것을 꺼린다.

얼굴이 붓는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다.

구보를 시작하거나 답보변환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한쪽으로 돌리는 것을 어려워한다.

수축운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버킹을 한다.

재갈을 제 위치에 물려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어렵다.

입을 벌린다.

 

말의 편안함과 안전하고 쾌적한 기승을 위하여 1년에 1회 정도 '묻지마 치과진료'를 무조건 받는다면 좋을 것이다.

 

 

                                           ​어제 낮에 점심 먹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우물우물 편안하게 잘 먹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마방에서 건초 씹는 모습이 힘들어보이고 , 건초를 겔겔 흘리거나 하는 말 친구도 치아상황이 안 좋을 수 있겠다. 기승전후에 콧잔등 주변에  뽀뽀하고 싶은데 입냄새가  심한 말도 치아로 인한 염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참고>

아이들 정치는 그린벨 이콰인 동물병원에서 수고해주셨습니다.

http://cafe.naver.com/equine/232

 

 

 

 


승마: 교감의 예술

저자
케이트 박 지음
출판사
느린걸음 | 2010-02-10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승마레슨, 장구, 말관리 등 승마의 모든 것을 담은 승마 전문 ...
가격비교

 

 

 

 

설정

트랙백

댓글

 

 

 

 

 

<킴>은 티베트의 라마승과 아일랜드계 혼혈소년 킴이 인도의 북서부 지역을 여행하는 모험소설이다. 이 작품은 인도를 소재로 한 현대 영국 소설의 선구적 역할을 했으며 ,20세기의 대표적인 영문학 작품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작품 안에 주인공 킴과 라마승 외에 말장수 마부브가 등장한다. 마부브는 말 판매업 대규모 상단의 대표다. 그의 활동무대나 거래규모는 국제적이어서 마부브는 정치적인 문제에도 개입하고 있다.  마부브는 자기의 직업상 사람이나 인생에 대하여 꼭 말로 빗대어 발언한다. 그가 던진 말 발언만 작품 속에서 긁어모아도 한 권의 어록이 될 듯하다. 그 중 일부의 내용을 소개할까 한다.

 

 

 

 

 

 킴을 학교에 보내는 문제에 대하여

 

마부브가 말했다.

"어떤 망아지는 아예 폴로 경기용 말로 태어나지요. 가르치지 않아도 공을 쫒는 겁니다. 감각적으로 게임을 알고 있는 그런 말을 무거운 짐을 끄는 말로 만드는 건 큰 잘못이란 겁니다, 나리!"

 

 

 

 

 

 

 킴이 학교에서 무단가출을 하자

 

"인간도 말과 비슷하죠. 염분이 필요할 때 여물통에 소금이 없으면 땅바닥을 핥아대지요. 그 아인 잠깐 동안 길을 떠났을 겁니다.…… 폴로를 하던 말이 혼자서 폴로를 배워보겠다고 밖으로 뛰쳐나간 셈입니다."

 

"각하! 그앤 삼 개월 동안 학교에 있었습니다. 조랑말이 게임을 익힌 겁니다.? "

 

  

 

 

 

 

현대의 자동차광 남자들이 과거에 살았더라면 말에 눈이 멀었을 것이다.

 

 

마부브의 말에 따르면 ,백인 청년들은 하나같이 말에 관한 한 전문가로 자처하면서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돈을 꿔서라도 말을 살 것처럼 덤빈다고 했다. 마차역을 따라가는 도중에 만나는 백인들이 저마다 길을 막고는 얘기를 하자고 덤비는 것은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기네들이 타고 가던 마차나 말에서 뛰어내리더니 마부브의 말들에게로 와서 다리를 만져보기도 했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거나 힌디어를 전혀 모르는 탓에 그게 얼마나 상스러운지 알지 못하면서 이 태연자약한 말장수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마부브와 크레이튼 대령과의 정치적 계약을 이행하는 게임에 킴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발언.

 

"게임을 하는데 어린 망아지를 묶어두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스스로 택한 여행을 제재한다 해도 ,그 아이는 우리의 제재를 간단히 무시해버릴 겁니다. 그러면 누가 그 아이를 잡을 수 있을까요. 대령 나리. 천 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말이 태어난 겁니다. 이 망아지야말로 우리들 게임에 가장 적합한 놈입니다.더구나 우리에겐 지금 요원들이 필요합니다."

 

 

 

      

 

 

"그 망아지는 이제 조련이 끝나서 재갈에도 익숙해졌고,능란하게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나리. 매일 이대로 가둬두고 재주나 부리게 한다면 그앤 결국 재능을 잃고 말 겁니다. 고삐를 풀어주고 내달리도록 해야 합니다. 우린 그 아이가 필요합니다.

 

 

 

       

 

 

    

  말 판매 노하우?

 

"오,부크타누의 신들이시여! 아주 잘생긴 녀석이군."

"잘생긴 녀석 타령은 말을 팔 때 써먹는 거잖아."

마부브의 말에 킴이 웃음을 터뜨렸다. 

 

 

 

 

 

<킴>이라는 작품은 모험소설,성장소설이자 구도소설이다. 작가의 관점인 영국의 인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정당성이 드러나는 정치소설이기도 하다. <킴>은 독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읽을 수 있겠다. 나는 성장소설의 관점으로 <킴>을 보았다. 킴이라는 고아소년이 세상 풍파를 헤쳐나가며 커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때 주변 인물을 통해서 소년의 성장은 말의 성장과 자신의 가치실현으로 비교된다. 사람이든 말이든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이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 이 블로그에 연재했던 이태리 홀스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주로 소몰이 용도로 쓰이는 말 품종 쿼터호스가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쿼터호스 망아지 중에서 본능적으로 소몰이 감각이 탁월한 녀석들이 있다고 한다. 그 감각을 '카우센스'라 부른다. 그런 말의 혈통은 매우 귀하게 대접받는다.

 

 

 

 

 <킴>에서도 뛰어난 말의 족보가 중요한 기밀문서로 취급되는 내용이 나온다. 승마를 하는 사람은 말마다 재능과 개성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말에게 어떤 재능이 있다면, 그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이 주어졌을  때 그 말은 팔자가 좋은 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 않다면 보도블럭에 떨어진 씨앗처럼 자신의 잠재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없다.

 

 

 

 

 

 

 

 

말장수 마부브가 말한 '천 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말'이란 어떤 말일까?

 

과연 그런 말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가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잘 맞고 소중한 말이라면,

 

그 말은 나를 만나러 천 년을 기다렸다가 태어났고 , 내 앞에 나타나서 내 곁에 머무르는 것이다.

 

 

 

 

 

 

 

 

 

 

러디어드 키플링 (1865 - 1936)

인도 출생. 1907년 영어권 작가 최초, 역대 최연소 노벨 문학상 수상.

대표작으로 소설 <정글북> <킴>, 시집 <막사의 담시>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5-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문학동네가 정선해 선보이는 세계문학의 위대한 성과 시대를 뛰어넘...
가격비교

 

설정

트랙백

댓글

                                   

                                        ​2013년 겨울 .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레이의 모습.

 

 

 

                             

                          ​전용 하우스(원래 송아지 방)가 딸린 전용 패덕에서 방목 중인 레이.

 

 

 

                

                                      ​반으로 접힌 무릅담요 마의가 롱스커트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그만큼 레이는 앙증맞게 작았다.

 

 

 

 

                    ​

                                             지금은 떠나고 없는 친구 마티.

                                    마티는 강원도 어느 목장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레이는 2014년 내내 먹고,자고,놀았다.

 

 

 

                                                     

  그러다 문득 지난 겨울에 보니 몸통이 엄청 커져 있었다.

 

 

 

 

2015년 3월 1일 삼일절이다. 

 

 

 

 

레이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클럽회원으로 평소 말 훈련을 매우 좋아하고 잘하는 분이다.

 

 

 

 

레이!  사진발이 참 좋다. 흰색과 밤색의 조화가 오묘하고도 아름답다.

 

 

 

 

조가비같이 앙증맞은 발굽 청소도 하고. 

 

 

 

 

작은 말 전용 서부안장도 맸다. 

이 멋진 말을 탈 카우보이는 어디로 갔는가?

 

 

 

처음 안장을 사왔을 때는 복대가 남아돌아갔는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배가 커져서

 복대가 말 아랫배만을 겨우 가리고 있다. 

 

 

 

 

레이 공부의 목표는 30kg 아래로  체중이 나가는 기승자( 어린이) 를 태우는 것이다.

 

 

 

 

 기승자 체중을 부담하면서 균형을 잡는 법, 지시에 따라 속도조절, 방향전환 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하여 레이는 모래주머니를 안장 양쪽에 매달고 걸어간다.

 꼭 히말라야의 소금 팔러 가는 말을 연상케 한다.

 

 

 

 

수상한 행색을 하고 어딘가로 가는 레이를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칸타. 

 

 

 

 

실내에서 바깥으로 나와 걷는 동안 잠시 환경적응을 하고. 

 

 

 

 

가는 길에 낯선 물체를 익히기도 하고 

 

 

 

 

본격적인 공부를 할 차례. 오늘은 두 줄 고삐 훈련 3일 째다. 

솜씨 좋은 선생님이 어디서 구했는지 레이에게 맞는 재갈과 굴레도 뚝딱 만들어 착용했다.

 

 

 

 

말이 사람의 체중 부담 없이 재갈과 연결된 고삐의 감각을 익히고

사람의 부조에 맞춰 전진, 방향전환, 정지 등을 익히는 훈련법이다.

아마르도 소싯적에 이 훈련을 여러 번 받으며 자란 기억이 난다

 

 

 

 

훈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안정적인 이 모습에 이르기까지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작년 봄, 내츄럴 훈련을 받을 기회가 생겨

처음 끌기를 시킬 때만 해도 이리 튀고,저리 튀고 종잡을 수가 없었다.  

 

 

미니마장에서 조마훈련을 시키는데 걸핏하면 개구멍(?)으로 도망쳐나와 마방으로 달음박질치는 레이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학교에 보내놨더니 그게 무슨 처사인지 몰라 무조건 도망치는 격이었다. 

 

 

 

 

그러다 점차 사람이 저에게 뭘 요구하는 것에 악의가 없고,

주변 말들이 다 하고 있는 본분임을 자각하게 되서 조금씩 따르기 시작한 것일게다.

또한 훈련분위기가 늘 웃음이 터져나오는 유쾌한 상태였으므로

감정 전염성이 강한 말 입장에서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이 활동이 재미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처음으로  재갈을 무는거라 느낌이 낯설고 불편한 모양이다. 

 

 

 

 

그래도 어둑하고 무료한 마방에 있는 것보다는 

온갖 곳을  다니며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레이는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앞으로는 어쩌면 선생님 오시는 주말만 마방에서 손꼽아 기다릴 지도 ...

 

 

 

 

이 포스팅을 위하여 본인의 이미지가 담긴 사진공개를 허락해주신

레이선생님 김석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애쓰시구요~~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