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국내에서 처음 진행되는 '내츄럴 호스맨 쉽'의 레슨 후기이며

다음까페 '승마매니아'에 함께 올리는 글입니다

 

 

 

 

 

          

 

 

          

토요일 레슨이 김포 한강승마클럽에서 진행되었다.

 

 장미 트레이너에게는 출장 레슨. 수강생들에게는 봄소풍 야외수업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봄 소풍을 방해하려는 듯,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에 돌풍이 몰아치는~~ 머,  나름 아름다운 날이다.

 '내츄럴'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연의 변덕스러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세시간 내내 오들오들 떨어야했다.

 

 반면에 장미 트레이너와 내츄럴 초짜 시범 조교 '사랑이'와 '아마르'는

추위에도 아랑곳않고 겉옷까지 벗어가며 열을 올렸다.

 

 

 

 

 

 

 

                        

 

 

                                                                             

                                                                  

오늘의 내용은

'자유조마- 방향전환과 끌어들이기 ' '둔감화와 민감화'시범이다.

 

 이미 장미 트레이너의  레슨 요약을 통해 그 내용은 까페에 게시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내가 보고 배우면서 느낀 감상과 

놓치고 싶지 않은 약간의 포인트만 짚어보고 싶다.

 

 

 

 

 

          

 

 

1. 자유조마 ( 준비물 : 살아있는 말 한마리. 최소 15미터 원형 라운드 펜. 조련용 채찍 ) 

 

 라운드 펜안에서  '자유조마'는  

나에게는 '조마삭 끈'으로부터의 자유로 다가왔다. 

 트레이너의 의지에 의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자유롭게 어슬렁거리게 해준다면 모를까..

말은 그닥 자유롭지 않다. 도망갈 곳 없는 원형, 불편한 사람...

 

하지만  라운드 펜에서 자유조마의 목적은

원형을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에서의 조마를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해방을 위한 압박의 공간일 것이다.

자유라는 개념이 억압없이는 존재할 수 없듯이...

 

 그렇다 할지라도 조마삭으로부터의 자유, 이것만으로도  의미하는 바는 크다.

조련에서 말을 고삐로부터 조마삭으로부터 놓는다는 것은

 말을 통제하고 가두고 조종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불안한' 것이다. 

 

'내츄럴 호스맨 쉽'으로부터 배우고 싶은 것은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놓는 것.놓아 버리는 것.

 

 놓는 다는 것은 불안하지만

 만약에 그 불안함조차  놓아버릴 수 있다면..

 놓고도 불안하지 않게 우리를 단련할 수 있다면 ..

그것이  우리가 그렇게 바라는 자유로운 삶이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적어도 인생에서는...

 말은 ? 아직 모르겠다. 

 

내츄럴호스맨쉽을 향해 걷다보면 

그 곳에 이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자유로운 삶'

 

  

자유조마로부터 삶의 자유를 연상시키는 것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으나

   '내츄럴호스맨 쉽'으로부터  나는 자꾸 자유의 냄새를 맡는다

 

그것은 아마도 말에게 잃어버린 자연을 되돌려주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하고픈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창살도 울타리도 없는 너른 들판.. 바람소리.. 풀들의 물결

 

이쯤되면 병이 깊어진 것이다

 

 

 

사랑이와 장미 트레이너

 

 

           

                               자유를 향해 나아가기위해서는 억압된 상황을 넘어서야한다

 

 처음 해보는 자유조마에 '사랑이'는  마음이 급하고 당혹스럽다.

게다가 처음보는 이 여성 트레이너는 예사롭지가 않다.

 말의  곤혹스런  눈빛 따위는 조금도 게의치않고  몰아친다.

엉덩이가 땅바닥에 주저앉을 정도로 황망하게 '사랑이'는 돌아서 도망간다.

  도망갈 곳이 없다.

사람을 피해  도망 갈 때마다 막아서며 더 몰아친다 .

10 여 분이 지나자 '사랑이'의 몸에서 열기가 뿜어나온다.

 

 

 

 

        

 

 

 

몸이 풀리면 정신도 여유로워 질 것이다. 그럴까? 그럴 것이다. 

 

사람도 그렇다. 빠듯한 일상에 웅크리고 허덕허덕 지내면

좀처럼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고 생각은 점점 좁아지고

 벗어 날 길 없는 쳇바퀴같은 일상 속에서 작고 딱딱하게 쪼그라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럴 땐 열일 제쳐두고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에 몰두해보자.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숨이 가빠지고 몸이 풀리면 

 번잡하고 꼬인 생각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제 자리를 찾는다

 편안한 마음과 함께 용기가 생기고 심각했던 문제들이

그렇게 유난을 떨며 심각해 할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너그러워지고 넓어지는 것이다.

 

 

 

 

 

      

 

                                               '사랑이'가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랑이'의 발걸음이 조금은 여유를 찾는 듯하더니

사람을 향해 안쪽으로 한번 돌았다.

 숨을 꼴닥이며 내내 지켜보던 내 입에서 안도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 오 케이! 사랑이 ~~ 잘했어.잘했어. 됐어' 

 

 

 

 

 

        

 

 

곧바로 장미 트레이너의 대답이 바람 끝에 실려 날아온다.

 "한번은 우연일 수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리 된 것입니다. 세 번은 연속으로 해야 배운 것입니다. " 내 입이 쑥 들어가고 칼날이 가슴을 비집고 들어온다. " 모진 것 ! "

 

아니나 다를까 ...

몇 번의 방향전환에서 사랑이가 처음처럼 벽을 향해 돈다.

 아직 사람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다.

 다시, 장미 트레이너의 채찍이 모터를 단 듯 자동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누구나 알 것 같은 포인트 하나!

 

방향전환을 할 때

말은 왜 사람 쪽으로 , 원형의 안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까?

 

 사람을 향해 멈춰서는 법을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엉덩이를 보이고 도망가는 말이 아니라

사람과 소통할 줄 알고, 사람의 신호를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은  

사람을 향해 집중해서 서있는 말로 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것을 이해시키기위해 장미 트레이너는

사랑이에게 강한 압박을 행했던 것이다

 

 

 

 

 

         

 

 

'사랑이'는 그렇게 20여 분이 흐르자

사람의 신호에 의해 올바른 방향전환을 배우고 

자신을 모질게 가르친 선생님을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졸졸 따라다니게 되었다.

 

아마도 '사랑이'에게는 생전 처음 받아본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향해 선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은 날일 지도 모르겠다.  

 

부디

오늘 '사랑이'가  자신의 불안함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위한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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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의 자유조마 시범에 이어 

'아마르'( 더러브렛 5세 )와 함께 한 장미 트레이너의  '둔감화' '민감화' 시범 조련은

 다음 편을 기약해야겠다.

 

다음편 '둔감화'시범에서는 연습생으로서 내가 시도한 '둔감화'와

장미 트레이너의 '둔감화'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눈물을 머금고 즐겁게 밝힐 예정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둔감한 말이 어떻게 기민하게 반응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말로 변화될 수 있는지,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의 말 버젼을 준비 할 예정이오니....

 

채널 고정! '내츄럴 호스맨 쉽'

 

 

 

 

고맙습니다^^

 

 

  

 

 

 

 

 5 :5 가르마 . 얼짱각도 ' 아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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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이웃 마주님이신 안미선 님이 글과 사진을 제공해주셔서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미선 님은 수아와 브릿지의 엄마입니다.

 

작년에는 당근농사를 거하게 지어서 농사낙제생 할망네에 당근을 선사하기도 했죠.

 

우리 아이들이 이웃 잘 만나서 텃밭 당근도 얻어먹은 셈이에요.

 

부지런한 안미선 님이 올해는 보리싹을 길러다 말 아이들에게 먹이더군요.

 

이번에도 염치없지만 조금 얻어먹었네요.

 

마주가 부지런하고 적성에 맞기만 하다면 보리싹은 애마에게 더할나위 없는 영양간식이 될 테죠.

 

수도권 클럽에서 깨끗한 생초를 구하기란 너무도 어려우니까요.

 

생명을 지닌 말의 영양 발란스를 위하여 뭔가 필요하긴 한데 당근이나 사과만으로는 부족한

 

양을 보리싹에서 구할 수 있겠다고 좋은 대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겨울을 지나온 말이 생기가 없고 신경질만 늘었을 때 생초를 며칠 섭취하고서

 

활력은 솟아나면서 신경안정제 먹은 것처럼 차분하게

 

안정되는 모습을 지금껏 보아왔기에 봄이면 애마에게

 

어디서 생초를 구해다 먹일까가 저는 늘

 

고민이었답니다.

 

 

 

 

 

 

 

 

 

 

 

 

 

 

 

 

 

 

 

 

 

 

 

 

 

 

 

 

 

 

 

 

 

 

 

 

 

 

 

 

 

안미선 님께 여쭈어본 바 프라스틱 판때기와 껍질에 쌓인 보리는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르는 일이 문제겠지요. 날마다 새 물로 샤워시켜주어야지 한 번만 물주고 방치하면 흰곰팡이가 자욱하게 피고 자라기도 전에 썩어버릴 수도 있답니다.

 

 

 

제주도에 있는 루시타노 목장에 갔더니 창고 하나가 보리싹 수경재배실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천장에서 물이 분사되어 새싹이 잘 자라도록 보슬비를 계속 내려주고 있었고 자동이동식 선반이 날마다 위치를 이동하면서 자란 크기에 맞는 습도와 햇빛을 제공하더군요.

 

 

 

 

 

 

말에게 주려고 실외에 내놓은 탐스럽게 자란 보리싹입니다. 목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가끔 보리싹을 싹둑 잘라 비빔밥을 해드신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침이 꼴깍 넘어갔지요. 양푼에 보리밥 담아 녹색아파리 수북하게 얹어 고추장 한 숟갈 올리고 참기름 한바퀴 주루룩 흘려서 썩썩 비비면 끝내주는 맛이겠지요. 이런 게 바로 말 덕분에 웰빙하는 거 아니겠어요?

<알.티> 독자 여러분 !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글과 사진을 제공해주신 안미선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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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내에서 처음 진행되는 '내츄럴 호스맨쉽'의 레슨  후기이며

다음 까페 '승마매니아'에 함께 올리는 글입니다. 

 

 

 

 

 

 

말이 사람의 몸짓 언어를 이해하기 위하여 고개를 돌리고  바라본다.

그 시선은 사람을  무심히 바라보는 눈길이 아니다.

'무슨 뜻이지 ?' 이해하려고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의 편안한 몸짓과 그 몸짓을 바라보는 말의 시선.  

 

고요한 긴장을 뚫고

끊어진 듯 이어진 듯 보이지 않는 정신의 연결이 부드럽게 파동친다.

시간이 지나고 훈련이 거듭될수록 그 연결은 더 세밀하고 촘촘히 엮여질 것이다.

 

신비로웠다

 

 

 

장애물마 코스모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고개를 떨구는 말의 모습은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 의해서만  비롯된다.

 말이 편안할 때 취하는,

한쪽 다리를 비스듬히 내려놓은 자세로 몸짓을 주고받는 이는 장미 양이다. 

 

 

 

 

 

 

장미. 그레이스 장.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언젠가 장미 양의 동영상을 보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여주인공이 환생했다고

 안 사람과 웃으며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 얘기를 댓글에 달았더니 

'포카혼타스'닮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뮬란'은 처음이라고 했다

 어디든 달려가는 장미 양이니 부리나케 '뮬란'영화를 찾아보았으려나... 

 

 

 

 

 

                                                                    

 

 

 

  말에 대해 배워가는 단계라고 스스로 낮춰 말하지만

      주어진 모든 상황으로부터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는 학생

 말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풍부하고 

  말의 언어가 몸으로 체득화된 놀라운 트레이너이다.   

 

 

 

 

덩치가 산만한 장난꾸러기 3살 스탤리온 - 에올

 

 

내츄럴호스맨쉽의 전통이 없는 우리의 문화에

그녀가 어느날 축복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도 내츄럴의 토양이 존재하고 그 토양 위에는 씨앗이 필요하며

그 씨앗이 뿌려져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나는 해석했다. 

 

하지만 아직은 겨울이었다.

 

 

 

 

 

 

 레슨의 기회가 왔고  

겨우내 무겁고 게을러진 엉덩이를 채찍질해  레슨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장미 양의 레슨을 받으며 몇가지 점에서 놀랐다 . 

그리고 몇가지 점에서는  당혹스러웠고 

 모를  깊이 앞에서는  암울한 설레임이 찾아왔다

 

 

 

 

 

말의  심리와 행동을  바탕으로 

소통의 언어를 체계화한 지혜로움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에 놀랐고  

 

기승상태가 아닌 지상에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반응하는 말의 눈빛과 행동에 놀랐다. 

 

장미 양의 열린 정신과 치열함에 놀랐고,

그녀가 말의 행동과 언어를 진심으로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에 놀랐다.

 

 해석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말의 행동 심리 언어가 

우리 주변의 많은 말들에게 표현되지 못한 채 파묻혀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그것을 모르는 나의 무지에 놀랐다. 

 

 

 

 

                                                                        장미 양과 에올

 

                                         

                                            몇 번의 모의 연습 후에 해본 실습에서

서툰 나의 몸짓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말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참으로 충분하였다

말을 가르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온 몸으로 절실해졌다.

 

 

 

 

 

말을 향해 서있는 자세에서조차 말의 행동양식을 따르는,

말과 일체화하려는 정신이 있어야했다.

 타이밍을 놓치면 말 앞에서 눈치없는 바보가 되어야했고

 말의 천진스런  눈길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해하는 나를 만나기도 해야했다 

 

말이 내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긴장을 풀게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말 앞에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 밖에 설레이면서도 암울함을 갖게 해준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다듬어지지않은 어줍잖은 생각들이어서 

오랫동안 묻어두고 삭혀야 할 것 같다.

 

 

 

 

 

 

             

 

              

                                    

 

 

                                                     

 

 

                                  

 

 

 

 

장미 양이 어느 글에서 밝혔듯이,

 그녀는 말들이 따르고 찾아가는 '지혜로운 늙은 암말'같은 존재가  되기 위하여 노력한다고 했다. 

말 무리들이 따르는 '지혜로운 늙은 암말' ....

 

이 말에 공감하거나 이해하시는 많은 분들이

이 땅의 내츄럴의 토양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 곳이 어디든.. 어느 곳이든.. 

 

그러기위해 장미 양이 내츄럴의 선물보따리를 짊어지고

고국으로 날아왔을 것이다.

 

내츄럴호스맨쉽의 소중한 씨앗이 뿌려졌다 

그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장미 양과 코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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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매거진은 오래 전부터 구독하고 있는 잡지이며 이미 블로그에 소개한 적도 있다. 지난 호에 나의 승마에세이집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가 신간서적으로 소개되고 이번 호부터 글이 연재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번 호(2014. 3/4 월호. 통권 26호)의 주요 기사를 살펴보면

 

p.20 까발라띠를 활용한 말과 기승자의 훈련법

p.26 DREAM LESSON - The Test

p.34 SCHOOLING - 숄더 인

P.46 COLUMN -말산업의 문화 경영전략 (2)

그 밖에 독일과 뉴질랜드의 말 관련 정보, 각종 대회정보 등이 실렸다.

 

 

나의 글은 승마인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정서함양과 사색에 도움을 주는 대중적인 내용으로 잡지의 말미를 장식했다.

 

 

사진에는 미니어처 망아지 레이와 마티,태풍이와 아마르,몽골말이 등장해서 아기자기한 맛을 더했다.평소 내가 아끼던 말이 글과 함께 지면에서 조화를 이루니 기쁘다.발굽의 주인은 아마르인데 색이 푸르딩딩하게 나와서 글의 제목을 <푸른 발바닥이 왔다>로 해도 손색이 없을 듯 .

 

 

이 자리를 빌어 연재글이 실릴 수 있도록

 

귀한  지면을 할애해주신 승마매거진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글이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승마매거진 구독을 원하는 독자라면 여기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Tel. 02 - 6357 - 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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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다음 책을 참고하였습니다.

<모두 다 예쁜 말들> 코맥 매카시 / 김시현 옮김 / 민음사

 

코맥 매카시는 윌리엄 포크너,허먼 멜빌,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되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한다.<모두 다 예쁜 말들>(1992)은 국경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전미 도서상과 전미 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꿈을 찾아 용감하게 집을 떠나 온갖 위험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년의 슬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p.145 옮긴이의 말)

 

좀 더 구체적이며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열여섯 살 카우보이 소년 존 그래디가 친구 롤린스와 각자 자신의 말을 타고 집을 떠나 멕시코로 향한다.도중에 역시 자신의 말을 탄 말썽꾼 소년 블레빈스를 만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아름다운 목장에 도착한다.이곳에서 존은 말 다루는 솜씨를 인정받아 조련사로 일하게 되고 목장주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데......

 

카우보이 하면 신출귀몰하게 말을 다루며 타는 명수로 인식되기도 하고 그 때문인지 남자들에게는 멋진 남성성의 로망으로 비쳐지기도 한다.숱한 서부영화에서 말발굽소리와 총소리가 뒤엉켜 뽀얀 먼지를 일으키고 사투가 끝난 후에 주인공이 모자를 고쳐쓰고 말머리를 돌려 황야를 향해 걸어나가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부영화를 보면서 내가 말과 지내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에 저 세계에서 살아가는 말은 무슨 생각을 할까 카우보이는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이란 책을 발견했을 때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다 읽고 나니 약간은 그 세계를 엿본 듯하다.

 

카우보이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라면 '신께서 말을 지상에 만드신 것은 소를 몰기 위해서라는 점과,남자가 가져야 할 가장 좋은 재산은 바로 소라는 점이었다.'(p.179) 라는 문장 안에 구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우보이가 타는 말은 소몰이에 유능해야 하며 그런 일을 위해 야생마 중에서 싹수가 있는  말을 발굴하여 훈련시켜야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그렇다 보니 말을 고르는 기준에서 '소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고 그런 자질이 있다면 웬만한 결함은 다 용서된다고 한다.

 

전체 4부 중에서 2부에 나오는 멕시코 목장에서 야생마 길들이기가 나오는 대목을 간략하게 추려서 소개한다.

 

목장에서 가까운 산에는 야생마가 400 마리 정도 살고 있는데 모두 목장주의 소유다.아주 오래 전부터 유명한 종마의 후손을 풀어놓고 자연 번식시킨 결과다.품종은 쿼터호스. 존과 롤린스가 목장에 도착하여 허드렛 알바로 낙인 찍고,귀에 인식표 달고,거세하고 ,뿔을 자르고,백신을 접종하며 한 이틀 보내고 나서 사흘째에 일꾼들이 3세 야생 망아지를 잡아다가 우리에 가두는 것을 목격했다.야생마들은 겁에 질려 울부짖고 밟고 일어서고 달리고 우리를 부수려 들었다.말로서는 처음 당하는 충격적인 경험이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3세 야생 망아지를 지켜보던 존은 이들을 길들이기로 마음 먹는다.이곳 일꾼들이 산에서 말들을 몰고내려온 방식을 보니 어떤 방식으로 길들일지 뻔히 보였다.그들은 고리재갈로 말을 고생시킬 게 뻔했다.고리재갈은 잘못 쓰면 말의 턱이 부러질 수 있다고 한다. 존은 나흘만에 야생마들을 다루는데 얌전할 정도로 길들이겠다고 결심한다.

 

준비물 : 용설란 밧줄 12미터 , 보살레아(금속재갈이 달린 조련용 고삐),안장에 깔 담요,삼베자루 2장,등자끈을 미리 줄여놓은 햄리안장

 

길들이기 1단계 :

 

존과 롤린스가 포트레로(망아지용 목초지) 안으로 들어가자 16 마리의 야생 망아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존은 길들일 망아지의 앞다리에 올가미를 걸었다.존은 망아지가 미처 반항하기 전에 순식간에 말목을 움켜쥐고 올라타 주둥이를 옆으로 돌려 자신의 가슴팍으로 곽 잡아 당겼다.그렇게 말 주둥이를 가슴팍에 단단히 붙들어맨 상태에서 존은 한 손으로 말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몸을 어루만지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계속 속삭였다.말 눈을 가리고 어루만지는 것은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서다.

그때 롤린스가 목에 걸친 밧줄 하나를 빼내 올가미를 만들어 뒷다리 하나에 걸고 앞다리 쪽으로 바짝 당겨 묶었다.그런 다음 먼저 걸어두었던 올가미를 풀어서 내던지고 조련용 고삐를 씌웠다.(금속재갈을 물린 것임)다음 남은 뒷다리에 두 번째 올가미를 걸고 두 올가미 밧줄을 고삐에 연결시킨다.존은 붙잡고 있던 망아지의 주둥이를 풀고 말에서 뛰어내렸다.망아지는 똑바로 서려고 애쓰다가 털썩 쓰러지고 일어났다가 다시 쓰러지기를 세 번 반복했다.그러더니 누워서 곰곰 생각하다가 다시 일어나 서있다가 껑충거리며 뛰다가 사람을 노려보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은 정오무렵이 되자 16마리의 말이 모두 앞뒤 발이 묶이고 고삐를 쓴 채 각기 다른 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결과를 지어냈다.야생망아지들은 서로 접촉할 수 없었고, 신의 목소리가 깃들기라도 한 듯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조련사의 목소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아이가 장난으로 묶어놓은 짐승 같은 몰골로 마냥 기다렸다.

 

 

 

길들이기 2단계 :

 

야생 망아지 한 마리만을 끌고 포트레 밖으로 나가 조련용 우리로 들어간다.이번에도 조련작업은 존과 롤린스 2인조다.존이 말에게 끊임없이 속삭이는 동안 롤린스가 말의 앞발을 묶고 고삐를 단단히 잡는다.그후 15분 동안 존은 삼베자루를 말의 몸통,머리,얼굴,다리에 문지르고 안아주고 속삭인다.다음 안장을 올릴 차례다.담요를 말 등에 펴고 쓰다듬으며 속삭이며 안장을 얹고 위치를 바로잡았다.여기까지는 말이 미동도 않았으나 뱃대끈을 조이자 말 귀가 젖혀졌다.존은 다시 속삭이며 말에게 기대서서 뱃대끈을 조이며 이것은 위험한 짓도,미친 짓도 아니라는 듯 계속 속삭였다.안장 채우기가 완료됐다.

다음 재갈을 주둥이에 씌운다.조심스럽게 말 다리에 묶은 밧줄을 제거한다.잠시 후 말은 뒷발을 뻗어 휘젓다 멈추더니 몸을 옆으로 틀어 발길질을 해대기도 했다.존이 말 옆구리를 슬쩍 치니 말이 앞으로 나아갔고 고삐를 당겨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다시 말머리를 돌려 제자리로 돌아왔다.존은 저녁때가지 열여섯 마리 중 열한 마리에 올랐다.밤에는 모닥불에 의지하여 나머지 다섯마리도 모두 탔다.

 

일이 모두 끝나자 망아지들은 우리 안에 가만히 서 있거나,걷는다 해도 땅에 늘어진 고삐를 밟아 코가 휙 당겨지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레 걸었다.그런 모습에서 우아함과 품위가 느껴질 정도였다.아침에만 해도 단지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구슬인 양 미친 듯이 빙빙 돌던 야생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망아지들은 자신들 중 누군가를,혹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듯이 어둠 속에서 나지막한 울음을 주고 받았다.

 

이상의 과정은 하룻동안 진행되었다.첫날 존이 올라탄 말을 블린스가 다시 탔으며 이튿날에도 동일하게 반복됐고 사흘째에 둘은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가 초원을 질주한다.

 

카우보이의 야생마 길들이기를 문학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접하고 나니 어떤 소감이 떠오른다.

자연속에서 태어난 후 3세가 될 때까지 사람을 전혀 본 적이 없는 말을 카우보이가 길들이는 일의 핵심은 두 가지로 보인다.'사람에 대한 공포심 없애기' '마구를 장착하고 사람을 태우는 생경한 감각에 적응시키기'

 

공포심을 없애주기 위한 방편으로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속삭이기'가 쓰였고 생경한 감각 적응을 위해서 삼베자루로 온몸을 문지르며 쓰다듬기가 동원됐다.두 가지 필살기를 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말의 정신을 재부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자연에서 배부를 때까지 풀뜯어먹고 무리와 어울려 사회을 누리고 적이 나타나면 도망치는 당연한 삶을 벗어나 이후로 인간의 삶에 편입되어 새로운 생존조건을 받아들이려면 이전의 삶과는 결별해야 하고 결별을 통과하여 거듭나는 의식으로서 말은 정신적 죽음을 맛보아야 한다.

 

최초로 야생마에게 다가가 다리를 묶고 넘어뜨리는 과정은 말로 하여금 심리적 죽음을 체험케 한다. 야생에서도 말이 불가항력적으로 쓰러져 있는 상황은 포식자에게 사로잡혀 사지를 뻗고 드러누운 것을 뜻한다. 만일 배앓이를 한다거나 출산을 위해 누워있는 상황도 생존을 위해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그러므로 말은 어떤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는 없어도 자신이 무력해진 사태를 체험하면서 심리적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도리가 없다.존이 실시한 조련과정을 보니 말을 묶어서 넘어뜨리는 과정은 사람과 교감의 끈을 이어 긍정적인 새삶으로 이끌어내는 준비작업으로 읽힌다.

 

과거에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호스 위스퍼러>란 영화를 보았을 때 말미에 말의 정신을 치유하고자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당시에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이 책을 읽고나서는 묶어 넘어뜨리는 기술이 말에 대한 물리적 강제를 최소화하면서 사람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였음을 알 듯하다.

 

사람의 삶에 필요한 말의 조달을 교배부터 육성까지 사람의 의도적 개입하에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산에서 데려와 길들이는 특수한 상황에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지던 서부개척시대의 말문화이자 말 조련법이라 볼 수 있겠다. 동양의 몽골이 나오는 다큐를 보면 지금도 말 길들이기를 할 때 날을 잡아서 마을주민이 모두 모여 도망다니는 말을 올가미에 걸어 붙잡아 올라타는 행사를 치르기도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가축을 기르는 보편적인 문화에 깃든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신대륙을 개척하는 동안 말과 동고동락 했던 아메리칸 후예의 말에 대한 깊은 애정도 엿보인다. 책 내용 중에는 말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 같은 내용도 나온다.그렇기에 세월이 흐르며 그 땅에서 훌륭한 홀스맨십이 발전할 수 있지 않았겠나 짐작해보았다.

 

우리가 현재 타고 즐기는 승용마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의 손길이 타고 함께 생활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책에서처럼 카우보이가 야생마에게 실시하는  강제적 브레이크가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그러나 말에게 속삭이며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이나 쓰다듬어주는 일이 말을 릴렉스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이후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15세 이상이 독자연령으로 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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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날에 큰 나무 아래서 하루를 보낸다면 나무 그림자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그림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길어졌다 짧아졌다 다시 길어질 것이다

하루가 인생이라면 그 안에서 우리들의 관계도 그림자처럼 변해간다.

 

 

                            

 

   

     오후 12시 30분. 말들의 점심식사가 한창일 시간이다. 빛과 그림자인 듯 각각 흰색과 검은색 털빛을 가진 몽실이와 깜주. 마당 가득한 햇빛을 깃발 삼아 꼬리를 나부끼는 견공 녀석들에게 넉넉한 시간을 덜어내듯 가져온 간식을 나누어주며 인사를 나누고 예뻐해주었다. 슬슬 마방으로 발길을 돌린다. 마방은 저 끝에 있지만 벌써 귓가에 말들의 건초 씹어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모두들 자기 몫의 건초에 빠져들어 넋이 나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옆에 지나가도 사람은 그림자나 마찬가지다.아무런 기대도 없으니 삼 일 만에 아이들을 본다는 설렘도 마음속에 잠잠하다. 그 무방비의 순간에 말 머리 하나가 쓰윽 나왔다.촬영 후 모니터를 하는데 사진인 줄 알았다가 아 동영상이었군 하는 놀라움이 일었다. 아마르였다. 말 머리는 오 초 정도 나를 응시하다가 다시 쓰윽 들어갔다. 잠깐의 시간에 일어난 이 일에 대하여 내 속에 소란이 일었다. 머리로는 이게 뭐지? 하는데 심장은 빨라지니 사고와 감정의 실타래가 엉켜버린 꼴이다. 실 꼬투리를 찾아내어 다시 풀어내야하리라.

 

   건초는 아직 수북하게 쌓여 있는데 맛난 건초를 먹다 말고 머리를 밖으로 내밀어야 했던 절박함이 무엇인가. 모든 사물이 정지한 공간의 침묵을 깨고 머리가 밖으로 나오는 속도에 절박함이 새겨 있었다. 그리고  나를 응시하던 잠깐의 시간에는 어떤 의미가 깃들어 있었을까. 

  아마르는 아무 것도 먹고 있지 않을 때 내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머리를 내밀어 반가움을 표시하지만  건초를 먹을 때는 나를 우선 순위에서 밀어내고야 만다. 그렇기는 해도 궁금증은 못 참아서 입으로는 우물거리되 눈알은 힐끗힐끗 하면서 볼 것은 다 본다. 그럴 때 비록 내가 건초보다 덜 중요한 존재로 순위가 밀리기는 했으나 녀석의 본능에 충실한 모습이 그냥 보기에 기특했다. 그런데 아마르의 마음에 저울질 된 순위가 바뀌어 내가 건초를 밀어낸 상황에 맞닥뜨리니 내심 신기했던 거다.

 

  사실 지난 삼 일 마장에 나가지 못했다.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았을 뿐더러 구질구질한 눈이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여서 집에서 머물렀다.  옛날 같으면 아이들 걱정이 되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삼 일이라니... 삼 일 동안 아이들을 못 본다면 온갖 걱정과 그리움에 마음이 갈래갈래 찢겨져 나가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런 내가 태평하게 (그리움은 어쩔 수 없지만...) 말 아이들을 삼일 씩이나 안 보고 지냈다는 것은 변해도 많이 변한 것이다. 저희들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고 견디는 방법을 터득했을 거라고 내 마음을 스스로 설득하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그렇게 삼일 만에 본  아마르가 건초를 제끼고  나를 반기니 녀석이 내심으로 나를 걱정한 모양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루 정도야 안 올 수 있어. 어쩌다 가끔 이틀 안 보이는 때도 있었지. 그런데 삼 일은 좀 수상해 . 무슨 일 있나? 무슨 일 있으면 어쩌지? 하는 심리상태를 판토마임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있다면 그 배우가 바로 아마르였다. 그저 머리를 창으로 내밀었다가 집어넣는 단순한 동작 속에서 표현하는 절제된 연기라고 할까.

 

  아마르에게 자신의 말 생애의 전부를 함께 지내온 사람은 나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르는 나의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체중과 힘,냄새,감정 등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그 중에는 좀 한심해보이는 구석조차도 꿰고 있다. 예를 들어, 수장대에 웅크리고서 녀석의 발굽을 손질해주고 수장대 밖으로 나가다가 가로지르는 쇠파이프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으윽 비명을 지르고 머리를 감싸쥐며 한참이나 소리가 나지 않게 엉엉 우는 모습같은 것은 모자의 챙 때문에 생기는 어이없는 변고에 해당된다. 그러는 내 꼬락서니를 보고서 아마르는 '아니 저걸 못 보고 부딪혀서 저러는 거야?  저래서야 험한 세상 어찌 사누. 쯪쯪...' 이랬을 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어른이 느끼는 갓난아기의 힘처럼 가소로운 나의 팔 힘이며 제가 조금만 빨리 걸어도 따라잡지 못하는 걸음걸이 등 약점투성이 존재라는 걸 다 안다. 그렇기에 내가 제 눈에 오랜기간 보이지 않았을 때 '어디 다니다가 자빠지지는 않았나? 어디 아픈 건 아니야?' 하고서 걱정을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야 말았던 거다.

 

  아마르가 날 걱정했을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어느덧 녀석이 많이 컸네 싶어져 지나온 세월의 두터움도 느끼게 된다. 철부지 자식이 자라니 노인네가 되어버린 부모가 아기같아서  노심초사한다. 서로 걱정하는 역할을 바꾸어가는 상황이 빛과 그림자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아마르가 제법 점잖아진 후로 날 태우고 다닐 때  약하지만 좋아하는 존재를 등에 업고 다니는 뿌듯함과 의기양양함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언뜻 받을 때가 있다. 어느 날인가 기승 도중에 말 목의 스트레칭에 도움이 되라고 한쪽 고삐를 조작하여 말 머리만 돌리도록 했는데 그 순간 아마르의 옆 얼굴이 온전히 보였다. 눈빛은 온화하고 부드러웠고 시선은 그윽하고도 촉촉했다. 말이 사람을 태우고서 그런 표정을 짓다니... 아! 그 표정은 결코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동물의, 저당잡힌 존재의 표정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의 곳에 선명한 점을 찍고 있었다. 분명 아마르의 등에서 본 녀석의 표정에는 등에 태우고 있는 존재보다 훨씬 커다란 존재만이 보낼 수 있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자연에서 말이 한 생애를 살아갈 때 무리로 살아간다. 떠돌이 늑대라는 얘긴 있어도 떠돌이 말이란 얘기는 없지 않은가. 무리는 가족이다. 어른이 된 말은 무리의 질서 안에서 외부의 적으로부터 무리를 지키고 구성원을 보살피는 역할을 가졌을 것이다. 암말의 모성애 뿐만 아니라 말 모두에 깃든 보편적 본성으로서 타자에 대한  보호본능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던 말이 지닌 신비가 아니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사람은 말이 전력질주 도망가는 본성을 이용하고 그 효용을 누려왔다. 말이 도망가기 이전에 얼마나 평화로운 모습으로 말끼리 서로 기대고 부비며 서로를 위하며 살았는지는 보려고 하지 않았다. 인간의 삶이 절박했기 때문이거나 필요한 부분만을 취해 온 이기적 문명의 역사가 안고있는 그늘이다.

 

  다른 초식동물도 무리를 보호하며 살아가지만 말처럼 사람에게 깊이 맺어진 동물은 없다. 빛과 그림자는 사물의 두 가지 속성 동전의 양면이다. 말은 사람이 진정으로 보호해주는 영역에 머무를 때만 스스로의 보호본능을 발휘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대의 본성인 도망가기로 사력을 다 한다. 말이 도망가게 만들지 보호본능을 발휘하게 만들지는 사람이 어떻게 이끌어나가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식탁머리에서 아마르가 나를 걱정하더라는 얘기를 하다보니 기분이 우쭐해졌다. 목소리 톤까지 높여가며 남편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자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니까 남편이 자기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한마디 한다.

" 나도 며칠 안 나가면 아마르가 총알처럼 머리를 내민다니까.  날 보고는 '죽지 않고 살아 있어 다행이네' 하고 안도하는 표정이야. 아무래도 우리가 말들 걱정하는 것보다 걔네들이 우릴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큰 거 아닐까? "

 

 

  인간의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말은

이제 그늘 속에서 걸어나와 햇빛의 영역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우리는 약하고 아픈 존재들을 다독여주러 왔다고...

 신은 원래 우리에게 그런 임무를 주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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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발행/양희원,오현미,채준 공저/발행처-한국마사회/제작 plus81 studios출판부

 

p6.에 보니 <말을 보고 말을 걸다>는 한 명의 미술 전문가와 두 명의 말 전문가가 전해주는 그림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총 48점의 그림이 실려 있으며,이 중 13점이 우리나라 작품이다.

평소에 늘 지니고 있던 생각 하나가 있다.나 같은 말 애호가를 위하여 문화예술 장르별로 말 주제만 책으로 모아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회화,음악,시 등이 특히 간절하게 염원했던 장르다.그 중에서 말 주제 회화를 흥미로운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모아놓은 책이 세상에 나와서 기쁘기 그지없다.물론 세상에 있는 모든 말 그림이 다 들어있지는 않다.그렇기는 해도 회화에 담긴 말이 시대적으로 살아온 다양한 모습은 인상깊었다.

 

책이 선뜻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표지에 나온 여인의 기마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본문을 뒤적여 찾아보니  19세기 프랑스 화가 카롤루스 뒤랑의 작품으로 <해변가의 크로짓>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아마 책에 수록된 전체 작품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래도 이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말을 탄 여인의 우아한 자태와 편안한 표정 때문이다.그러나 여인의 표정과 대조되게 여인은 상복 차림이다.여인의 안온한 표정 이면에는 어둡고 그늘지거나 힘겨운 현실이 놓여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그녀가 자신의 몸을 의지한 말 역시 맑은 눈망울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와 보이지만은 않다.턱 아래의 체인은 말이 제어하기 힘든 일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고개를 쳐들어 먼 곳을 응시하는 분위기는 사뭇 불안하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관한 듯 체념한 것처럼 편안한 그녀의 표정은 말 등에 실려 나아가는 그 순간에 어떤 기운을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어떤 구체적인 현실이 그녀의 뒤에 버티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흐트러지지 않는 기품과 우아함이 손 매무새에 응축되어 있으므로 삶에 순응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느낌으로 와닿는다.그림의 톤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서 감상하는 이의 마음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것도 같다.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감상하다가 문득 승마클럽마다 말 그림이 담긴 액자 하나씩 걸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그림이 힘든 현실 살아내느라 스트레스 받은 승마인의 정서를 어루만져 줄 테니까.그러면  말을 대하고 관계를 풀어나가는 자세도 더욱 여유롭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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