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감자마을의 유니콘> 글.임은주 / 그림.윤재혁 / 지코사이언스 출판사

 

책이 뒷표지

 

귀한 그림책이 세상에 태어났다.내가 좋아하는 말과 제주도가 예쁜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다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제주도 삼달리에 있는 c&p리조트이다. 그곳에는 말 십여 마리가 산다. 그 중에 그림책 주인공인 유니콘도 있다. 나도 몇년 전 제주 여행때 찾았던  C&P리조트에서  유니콘이 망아지 시절일 때 곁에서 남다른 애정으로 지켜보았던 행운의 소유자다. 유니콘의 얼굴에는 기다란 뿔 모양의 마킹이 있어서 이름이 유니콘이 되었다고 한다 . 친숙한 장소와 말을 그림책으로 만나니 무슨 마술이라도 본 것처럼 신기하기만 하다.

 

그림책을 창작한 작가와 화가는 실제 부부인데 제주도 올레 여행길에서 우연히 들르게 된 리조트와 말 친구들이 너무 좋아 애정을 갖고서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그러한 인연의 결과물로 탄생한 그림책은 부부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앞표지를 보니 유니콘이 천진한 표정으로 메롱하는 것처럼 혀를 약간 내밀고 있었다. 우리 아마르가 자라는 동안 내내 보던 표정이라 친근한 정이 느껴지고 미소가 지어졌다 .이러한 느낌은 책을 보는 내내 이어졌다 .화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졌을 동물들의 표정은 모두 정감이 있다.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면 캐릭터마다 독자에게 무슨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그림에서 특히나 좋았던 부분은 색감이다. 제주땅을 무수히 드나들며 보았을 자연의 색감이 그 질감을 고스란히 품은 채 페이지마다 생동하고 있었다. 제주의 돌담이나 곶자왈 숲의 깊고도 신비스런 색감과 마주했을 때는 '우와'하는 감탄마저 나왔다.

 

그림책은 아이 혼자도 보지만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매체다. 그럴 때 페이지 곳곳에 등장하는 디테일 잘 차려낸 만찬처럼 느껴진다. 제주에 실제 서식하는 곤충이나 식물이 다양하게 나오니 여행지에서 만났던 친구와 다시 조우하는 기쁨도 느꼈고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생태공부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야기도 나무랄 데 없다. 어린이가 마음에 꿈의 씨앗을 품는다. 씨앗을 틔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지만 용기를 내어 미지의 세상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는 동안 타인의 도움을 받는다. 위험과 역경에 처해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내딛는다. 결국 꿈에 다가간다.

 

유니콘이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의 여정으로 나아갈 때 도와주는 이는 종이 다른 동물이다. 까마귀,노루,소...이 부분이 이 그림책이 가진  또다른 미덕이 아닌가 한다. 어린이가 커나가면서 만나게 되는 세상은 나와는 너무도 다른 존재와 조화를 이루어야만 살아낼 수가 있다. 또 인간이 다른 종의 동물과 관계맺는 우호적인 방식도 가르쳐준다.

 

옛날에는 TV를 비롯한 각종 디지탈 기기가 없었기에 캄캄한 저녁에 화롯불가에 모여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지혜를 배웠다. 옛이야기속에서 꿈꾸며 어른으로 성장했다. 지금에 와서 그런 문화가 사라진 자리에 그림책이 대신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좋은 그림책이 세상에 많이 나오고 많이 읽혀져야 하는 까닭이다.

 

그림책은 아이에게 먼저 사랑받아야 한다. 잠들기 전에 아이가 되어 침대에 앉아 그림책을 넘겼다. 혼자 미소지으며 낄낄거리다 손가락으로 그림에 나오는 고사리며 거미며 문질러보는 사이 나는 어느새 제주도 오름과 억새밭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그림책은 분명 보는 사람을 꿈꾸게 한다. 참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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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5일 서울 나들이를 했다.소공동 롯데백화점에 있는 롯데갤러리에서 전시하는 말 그림을 보기 위해서다.(사진은 전시된 작품이 담긴 엽서)

 

전시회의 감동을 오래 간직하려고 도록도 샀다.

 

달력과 참여작가 소개지.

 

말띠 해가 되니 참 좋다.세상에 말 이미지가 풍년을 이루었다.여기를 봐도 말,저기를 봐도 말.말 이미지의 으뜸은 예술작품에 구현된 말일 것이다.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한국,몽골,호주 작가의 말 그림 전시회를 한대서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3국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그곳에 가기 전에 내가 늘 만나서 함께 생활하는 말이 어떻게 미술작품으로 형상화 되었으려나 너무도 궁금했다.말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동물이어서 미적 대상으로 바라보기에 손색이 없다.여기에 더하여 예술적으로 승화된 형상적 이미지로 만나는 말은 어떤 느낌으로 나에게 전해질까?

 

내가 하늘 만큼 땅 만큼 좋아하는 고 김점선 화가의 작품 앞에 섰다.우리 집에도 파란 말이 그려진 판화작품이 걸려있다.화가의 무수한 붓질이 가득 메워진 작품 앞에 섰다.

 

미술 전시회에 가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작품을 골라본다.이 전시회에서 만난 '나에게는 최고!' 작품은 여인을 등에 태운 말이 서있는 그림이다.말의 표정엔 슬픔,연민의 감정이 차오름에도 타인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 있는 것 같다.사람을 태우는 행위의 내면에 깔린 말의 마음이 엿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말이 사람에게 주는 수많은 즐거움 중에서 예술작품으로 다가오는 것도 커다란 부분이다.화가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영감의 원천이고 미술애호가에게는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기쁨에 취하게 하니까.

 

한국화가의 작품에서는 김점선 화가의 따뜻한 추상화가 참 마음에 든다.몽골화가의 세계에서는 말이 우리네 스마트폰 만큼이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이 공존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호주화가의 작품은 내 개인적인 취향과 아주 맞았다.그곳의 말은 사람의 친구로 인격화되어 동반자이자 내면의 벗이기도 했다.언젠가 호주여행을 했을 때 광활한 땅에 비해 매우 적은 인구가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어서 인상적이었다.사람과 부대끼기는 커녕 사람 구경하기조차 힘들게 살아갈 때 말이 좋은 벗이 되어주었으리라.나의 애마 칸타빌레도 호주가 고향이다.머나먼 고향을 떠나와 나의 곁에서 살아가는 칸타빌레는 현재 더할 나위 없는 내 벗이다.

 

새해가 시작하는 달 , 말 그림 보러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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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본문내용과 상관 없이 초겨울 즈음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 추억의 순간입니다.칸타의 행색을 보니 아빠가 근처에 있는 모양입니다.

 

 

어젯밤에 ktv 방송에 우리 가족이 살짝 출연했던 부분이 나와서 시청했다. 얼마 전에 시니어 기자 두 분이 방문하여 승마장 원장님과의 인터뷰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촬영을 한 일이 있었다. 그날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있었던 우리 가족도 카메라에 잡혀 잠시 촬영에 응하게 되었다. 승마로 여가를 즐기는 가족으로서 나온 거다. ktv 방송은 국민방송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그 옛날 극장에서 본영화 상영 전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대한뉴스 화면을 기억하시는지.바로 그 대한뉴스의 현대판 버전이라 하면 맞다.

 

촬영날은 몹시 추웠다.그 전에 많은 눈이 내린 후에 추위가 찾아들었다.기승을 하려고 나오니 추워서인지 다들 실내마장에서 타고 있길래 '복잡하구먼'하고서 밖으로 나갔다.바닥 모래 상태가 얼다 말았는지 버석버석 한 것 같아 칸타를 타고서 조심스레 마장을 돌아보았다. 전날 바닥에 염화칼슘을 뿌린 상태였다. 그 덕분에 대부분의 땅은 표면이 얼지 않았지만 바닥은 딱딱한 느낌이 전해졌다.아무래도 얼지않은 모래 아래로 얼음층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좋지 않아.그냥 들어가야겠네'하고 돌아서려는데 시니어 기자 두 분이 카메라 셋팅을 마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준비를 하고 기다리시는데 차마 그냥 들어갈 수 없었다. 한참 평보를 하고 나서 조심스레 속보를 시작했다. 살얼음을 밟고 가듯 사뿐사뿐 나아갈 때 꼭 내가 경기 전에 빙질을 점검하는 김연아 선수라도 된 것 같았다.어느 한곳이라도 안 좋은 곳이 있으면 꽈당 미끄러질 수 있으니 온 신경의 레이다를 돌려서 살펴봐야 하리라. 겨울철 눈이 녹았다 얼어서 형성된 일부 빙판은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복병이기도 하다. 말이 미끄러져 넘어지기라도 하면 미끄러져 나뒹군 말에 다시 사람이 상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요소이다. 칸타를 타고 나아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 지점에서 모래 아래층의 좀 약한 얼음이 깨지면서 푹 들어갔다. 말 뒷다리 중의 하나가 빠져드는 충격이 말 몸 전체로 전달됐다. 뿐만 아니라 팬스 가장자리는 치워낸 눈의 물기가 스며들어 단단한 얼음 트랙이 되었다. 그 위를 밟고 지나갈 때 마치 지하철 공사장이 된 도로 위 철판을 통과하는 것처럼 쿵쿵쿵 울렸다.

 

혹여 칸타가 미끄러지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니 평소에 하지 않던 긴장으로 갑옷을 해입은 채로 마음은 걱정이 가득했다.그래도 이 추위에 촬영을 나오신 어르신 기자님들이 헛수고를 하지 않도록 구보까지는 연출해야 도리가 아닌가 싶었다.아마 그 상황에서 가장 시끄럽게 정신없는 곳은 내 머릿속 같았다.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 대고 '제발 그만해.시끄러워서 말을 타겠냐구!' 버럭질을 하고 고요가 잠시 찾아오니 칸타의 상태가 느껴지기 시작했다.칸타는 내 머릿속과 심장의 상태를 HD 화질로 스캔하여 본 것 같았다.얼마나 조심성 있게 새색시 걸음으로 속보를 하든지 그만 내 마음에선 용기가 솟았다.그래 구보를 해도 되겠구나. 가자 칸타! 칸타는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하게 구보를 시작했고 걸음은 뛰는동 걷는동 작은 보폭으로 가볍게 나아갔다.칸타의 조심스럽고도 적절한 처신 덕분에 무사하고 안전한 승마를 마칠 수 있었다.

 

겨울철 언 땅 위에서의 기승운동은 아니 하느니만 못합니다.

말과 사람이 다치지 않아야 승마가 국민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거지요.

 

우리 가족의 첫 방송출연이다. 국민방송에 나오게되다니 정말 뜻밖이다. 평소 정치나 정책 분야에 그닥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말과 승마로 인하여 나 혼자 행복하고 말 일이 아니라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의식이 있어왔다. 그러므로 우연히 ktv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출연하게 된 일이  필연적 계기가 되기도 할 것 같다.

말산업은 결국 말로 인하여 국민이 잘살고 행복하자는 취지가 아니겠는가. 2014년 청말의 해를 시작으로 말산업에도 질적인 발전과 도약으로 관련된 많은 분들이 웃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해당 방송입니다.클릭하시면 ktv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동영상을 플레이 하시고 시청하세요.

 

http://www.ktv.go.kr/program/contents.jsp?cid=47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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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귀한 청말띠다.내가 복이 많다. 책이 출간되자 우연히도 세상은 말띠해를 맞았다고 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이런 분위기 속에 말 관련 책으로 방송에 소개되는 행운이 찾아들었다. MBC 문화사색이라는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낮 2시에 방송한다.문화와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소개하는 품격 있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나는 반려마로 기르는 말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는 승마인 작가로 포커스가 맞추어지며 촬영이 진행되었다.4시간 가까이 촬영을 했는데 PD님 포함 두 분의 방송인은 완전한 몰입의 경지로 얼마나 진지하고 열심히 작업을 하시던지 꽤 오랫동안 혼자만의 일에만 익숙해있던 내게 공동작업의 열정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우리 아이들 역시 세상 어느 말보다 카메라에 익숙한 터라 새로운 상황에 완전히 녹아들어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었다.

 

전체적인 촬영내용은 승마장에서 나의 하루일과를 따라 움직이며 사이사이에 많은 인터뷰가 있었다. 처음 마방에 찾아가 말에게 인사하고 그들을 살피고 데리고 나오기,자유롭게 놀게 하기,마필관리,기승운동 등이 굵직한 내용이다. ( 뛰노는 아이들은 수아 & 마티. 마티가 더 빠르다 ^^)

 

촬영을 마치고 났을 때 나는 녹초가 되었다. 말의 세계에 대하여 글로 표현할 때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편했다면 인터뷰에 응하느라 카메라 앞에서 말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꼭 모국어를 쓰다가 갑자기 어줍잖은 외국어로 의사표현을 해야하는 기분이었다. 이리저리 횡설수설한 느낌이었는데 이미 버스는 떠났고 어떻게 편집되어 나올지 모르겠다. ( 사진은 아마르 & 마티 & 레이 )

 

나의 이러한 모습과는 달리 칸타는 카메라 앞에서 경험이 많은 노련한 연기자처럼 자연스러웠다.시종일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한다든지 나의 말을 경청하며 서있는 모습으로 내 이미지의 일부가 되어주었다.나의 부족함을 칸타가 많이 메꾸어주었을 것 같다.

 

 

 

 

아마르는 책과 일관된 호칭을 유지해야 해서 촬영 내내 깐돌이라 불러야 했다.그러나 어느새 아마르가 입에 익었다고 몇 번 아마르가 입에서 튀어나왔다.아마르는 워낙 새로운 상황을 좋아해서 하루가 즐거웠을 것 같다.엘도라도는 조마삭 장면에 등장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남들은 다 노는데 자기만 뭐하는 거냐고 기분이 상해서 비협조적이었다.미안하다 엘도야~

 

 

내가 여러 사람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출연에 응하게 된 것은 이를 계기로 말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고마운 동물이며 사람의 동반자적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친근하게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아마르야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과 꿈을 나누어주는 말이 되려무나!

 

촬영장소를 제공해주신 한강승마클럽과 협조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개인마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편함 없이 말과의 생활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해당 촬영분의 방송 시간을 정확히 알게 되면 다시 올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일정 : 2014.1.13(월) 오후 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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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아~ 이쁜 궁뎅아~ 한 해도 다 갔구나.올해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 지내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도 고마워! 우리들 이야기를 써서 세상에 알렸잖아!  엄마 책을 읽은 사람들은 우리를 더 가깝게 느낄 거야!

 

 

할머니 고마워! 할머닌 아무리 바빠도 우리 돌보는 일에 마음을 다해 정성 가득 했다는 걸 알아!

 

 

나도 고맙지! 이쁜이랑 이쁜 궁뎅이는 나의 승마 교과서이자 스승이니까!

 

 

스승은 뭐구 교과서는 뭐야? 그거 좋은 거야? 

 

그럼 좋고 말고.내가 너희 등에 탔을 때 어떤 행위를 하면 괴로운지,불편한지,좋은지,어떻게 움직여지는지 늘 가르쳐 주잖아.

사실 너희는 무서운 스승이지.조금만 잘못하면 화내고,신경질내고,뒤돌아보며 노려보잖아. 내가 혼나지 않으려고 얼마나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는지 모를 거야.

 그야 할머니는 내가 무슨 소릴 해도 잘 알아듣고 최소한 알아들으려고 마음이 열려 있으니까 하고 싶은 소릴 다 하게 돼!

 

 

너희는 기특해! 칸타는 올해 낯선 이모 둘을 태웠던 일이 있었지? 두 이모 다 구보가 능숙하지 않은 실력이었지.그 이모들을 태울 때 칸타가 조심조심 이모 겁내는 걸 알고 얼마나 잘  알아서 모시든지 말야.이모가 소심하게 구보 사인 주었을 때도 구보 가도 되려나 노심초사 하면서 자근자근 속보 템포로 가주었을 때 정말 훌륭한 승용마라는 생각을 했지.나중에 다 타고나서 이모가 "참 잘 키우셨네요!" 했을 때 엄마는 너무도 기뻤단다. 이쁜 궁뎅이도 앞으로 그런 승용마가 되어야 해요!

 

 

새해가 되면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각오를 하게 되니 참 좋아!

(숨은 그림 찾기 : 몽실이)

 

 

 몽실이는 꼬물꼬물 할 때부터 사람이 안아다 말에게 콧등뽀뽀를 늘 시켜줘서 말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그렇다고 기승운동 하는데 진로방해하며 일부러 뛰어가 드러누워 있는 건 좀 심하지? 종이 다른 존재들이 서로 친구맺기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언제나 유쾌하다니까.

할머니 ! 그런데 난 왜 하필 이쁜 궁뎅이야? 

 

 그야 발굽 파줄 때 다음 발을 자동으로 착착 들어주니까 이뻐서 토닥거리다 보니 그렇게 부르게 됐지 뭐!

 

 그래도 좀 그렇지 않아? 말의 힘찬 발걸음은 엉덩이에서 솟는 거란다. 그러니 할머닐 태워주는 백만불 짜리 궁뎅이지 뭐 이쁜 궁뎅아! 으이~ 또 이쁜 궁뎅이래!!! 하하하~

 

 

 고마운 분들께 받은 선물! 수줍게 꽃을 피운 난.비누로 만든 장미꽃과

 

 

따뜻한 귀마개와 요정 털모자, 국화꽃 한 다발...

 

 

붉은 털목도리...

모두 책이 출간된 후에 받은 선물입니다.

제게 주신 고마운 마음은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2013년 한 해 <알팔파 앤 티모시>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에게 감사드립니다!

 

세상에서는 말이 예로부터 부와 명예의 상징이며 행운을 부른다고 합니다.

말이 복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동물인 셈이지요.

블로그를 통하여 제가 말에게 느낀 즐거움을 독자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내내 행복했습니다.

말의 해를 맞은  내년에도 이 행복 이어가야겠지요.

 

모두들 한 해 열심히 살아내느라 애쓰셨을 겁니다.

깐돌할망도 여러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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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표지 / 오키 토오루 지음 / 김원균 옮김 / 책공장 더불어 출판사

 

책의 뒷표지

 

기린 옆에 보이는 사진은 저자 오키 토오루 , 오른쪽에 본문 사진의 치로리

 

 

온 세상에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퍼지는 성탄주간입니다.

<알팔파 앤 티모시>에서는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큰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려봅니다.

 

동물매개치료(AAT: Animal Assisted Therapy)라는 분야가 있다.노인이나 장애인,환자와 접촉하여 그들의 허약해진 몸과 마음을 동물이 치료하는 분야이다.매개치료를 할 수 있는 종은 다양하다.그 중에서도 사람과 가장 가까운 종이라 할 만한 개의 역할은 매우 뛰어나다.<치료견 치로리>는 그에 대한 놀라운 사례이다.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손꼽을 만한 감동을 선사한 책이기도 하다.정말 놀랍고도 매력적인 개 치로리 소개를 해보겠다.지은이가 치로리를 처음 만났던 순간에 받은 인상을 책에 이렇게 표현했다.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잡종개' '똥개' '...솔직히 어떤 종이 섞였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독창적인 모습...' '좋게 말해서 -독특한- ,솔직히 말하면 -볼품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개.게다가 곧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폐가에 있다보니 왠지 꿈에라도 나타나면 가위눌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치로리가 견공 중에서도 가장 남루하고 비천한 모습의 똥개 대표쯤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이런 치로리가 어떻게 혈통과 품성,자질에서 베스트 중의 베스트만이 자격이 주어지는 치료견이 될 수 있었을까?

 

치로리가 발견될 당시 치로리는 갓 출산하여 새끼 다섯 마리를 데리고 있는 어미개였다.출산 직후 비오는 날 쓰레기장에 내다버린 것을 동네 아이들이 주워다가 과거 요양원이었던 폐가에 숨겨두고 돌봐주고 있었다.지은이는 우연히 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어 결국 치로리와 새끼를 구하고 치로리를 치료견의 운명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다.갓 출산한 어미개와 꼬물이 새끼들을 비오는 날 쓰레기장에 버리다니 주인은 정말 비정한 사람이다.내가 쓰던 물건도 내다버릴 때는 비 맞게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거늘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치로리는 몽둥이에 심하게 맞아 허리 이하의 한쪽 뒷다리가 불구였다.그 불편한 몸으로도 치로리는 운명을 헤쳐나가며 치열하게 살아나갔다.

 

지은이와 처음 대면한 치로리는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과 새끼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그 강렬한 의지에 이끌려 지은이도 책임지고 싶지 않은 운명에 휘말려들게 되었다.인간세상은 치로리에게 완전한 적이었다.동네에서는 개를 키워서는 안되는 곳이어서 만일 주민 누군가가 신고를 하면 동물센터에 보내지고 그곳에서 5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상황이 치로리를 기다리는 운명이었다.결국 치로리는 동물센터에 잡혀가서 5일을 머무르게 되었다.5일째 되던 날 지은이가 그곳에 찾아가서 극적으로 치로리를 구해냈다.그때 목격한 유기견 보호소의 광경은 인간에 대한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인간에게  버려져서 이곳에 온 개들은 첫날 상황파악을 못하고 어리둥절하다가 점차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정확히 알게 되어 깊은 절망에 빠진다.그들의 비탄과 슬픔을 치로리도 고스란히 맛보았다.그러나 치로리는 살고 싶어했다.치로리는 구조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유기견들은 끊임없이 버려져서 처분을 당하고 있다.

 

사람이 선사한 불행종합선물세트를 모두 맛본 치로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국적이 일본인 지은이는 거의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치로리를 기를 형편은 아니었다.고심끝에 자신이 운영하는 훈련소에 치로리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하지만 과연 치로리가 그곳에서 적응을 할지 아니면 천덕꾸러기가 되어 사느니만 못한 신세가 될지 그 일은 모험에 찬 주사위던지기와 비슷했다.

 

치료견 훈련소에는 순수혈통의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있었다.그들 사이에 낀 치로리는 얼마나 작고 볼품없는지 처음에 웃음꺼리가 될 만했다.그러나 치로리의 승부근성,경쟁심,영민함이 발휘되자 치로리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제압하고 대장이 되었고 1년 이상 걸리는 훈련내용도 모두 소화하고 어엿한 치료견이 되었다.이러한 결과의 밑바탕에는 치로리가 길거리에서 새끼를 보호하며 생존의 벼랑끝에 몰려 치열하게 버텨온 힘이 있었다.게다가 치로리는 천성적으로 약자에게 온유하고 너그러운 품성이 있었다.

 

치로리의 치료견 활동 성과는 눈부셨다.골방에 틀어박혔던 소년이 세상으로 걸어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했고,말하기를 잃어버린 노인의 말문을 열었고,노인이 쓰기를 멈추어버린 손을 놀려 치로리를 쓰다듬도록 하고,마비환자를 걷게 만들었다.노인이나 환자는 쇠약해진 몸 때문에 점차 마음도 약해져서 세상과 단절되어간다.그러다보니 감각도 무디어지고 신체기능이 더욱 퇴화되어갈 수밖에 없다.그런 이들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만지게 하고,함께 걸음을 걷는 일은 생명력을 활성화시키는 기적을 일으킨다.

 

날이 갈수록 치로리의 명성도 높아지고 고마움을 전하는 목소리도 많아졌다.그 중에 어느 초등학생의 편지 구절을 소개한다.

'......선생님이 해주신 치료견 이야기를 듣고 저는 개가 이렇게 사람에게 해주는 것이 많은데 왜 인간은 개를 못살게 굴까라는 생각을 했어요.그리고 치로리는 사람한테 버림받고 맞았다면서 어떻게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이상해요.나 같으면 다시는 사람들을 믿지 않을 것 같은데요.그래서 치료견들은 모두 너무나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치로리가 모든 상황을 초월한 도인 같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치료견 활동 중에 환자와 함께 걷기는 중요한 기술이다.그런데 환자는 지팡이 사용이 거의 필수라 치로리에게는 처음에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지팡이가 과거에 자신을 때린 몽둥이로 인식되어서였다.때문에 치로리는 한동안 지팡이 적응하기 훈련이 따라야 했다.

 

나 역시 편지를 쓴 초등학생과 같은 의문이었다.철저하게 학대받고 버려졌음에도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 말이다.그리 되기까지는 치로리의 타고난 강인한 정신력,지은이 오키 토오루가 사람으로서 보여준 친절함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그렇지만 치로리가 가진 가장 큰 본질은 무한한 사랑이었다.

 

치로리가 사람에게 아낌없이 내어준 사랑에서 만날 수 있는 따뜻함은 용서와 화해,배려와 베풂과도 같은 커다란 미덕이다.사람이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했을 때 복수의 마음으로 쉽사리 갈등과 폭력으로 내몰려 더 큰 불행을 지어내는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어서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개들도 치료견 활동을 한다.꼭 프로패셔널 치료견이 아니어도 아이 컨텍트,사람 보폭에 맞추어 걷기,함께 놀기,함께 잠자기 등으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활력을 주는지 모른다.

 

일본에서는 치로리 사례 이후로 꼭 순종견이 아니더라도 유기견 중에서 치료견으로 선발하여 훈련시키는 일이 생겨났다고 한다.또한 치로리의 활약을 보면서 매년 32만 마리가 안락사 당하는 일본 현실에 반려견의 소중함을 알리는계기가 되었다.

 

나는 승마인이기 때문에 말과 함께 하는 동물매개치료에 관심이 많다.이 분야는 재활승마에서 다루며 그 효과에 대해서는 놀랄만치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말은 개,고양이와는 달리 대동물이어서 노약자와 환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반면 초식동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뛰어난 감수성이 갖는 치유력이 분명 존재한다.앞으로 말을 통한 동물매개치료가 더 폭넓고도 체계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말과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이 분야에 열정을 갖고 연구해주었으면 좋겠다.

 

2014년 말의 해를 맞이하여 말이 지닌 치유력에 대하여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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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듣는 아마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 진리를 떠올리는 순간은 보통 좋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다. 아무리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나를 떠날 수도 있고 아니면 유쾌한 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쁘고 좋은 관계는 얼마든지 변할 수가 있고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키를 돌릴지 조절이 가능하기도 하다. 말들끼리 관계도 이 진리에서 비켜서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칸타와 아마르 말 모자(母子) 사이에도 변하는 관계가 보였다. 말도 사람처럼 사회생활을 하므로 관계의 문제가 존재할 것이다. 말끼리 관계는 흔히 서열이라는 그들의 질서에 따라 살펴볼 수가 있다.

 

  칸타의 몸에서 아마르가 태어난 순간부터 5세가 될 때까지 관계 주도권의 우위는 칸타에게 있었다. 여름에 태어난 망아지 깐돌(아마르의 아명)은 엄마 젖을 찾아 빨아야하는 치열한 생존투쟁을 벌이는 동안 파리를 쫒느라 한 시각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엄마의 발길질과 꼬리채에 얻어맞으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래서 깐돌이가 엄마에게 절대복종 하는 까닭이 낳아주고 젖을 먹여 키워준 생명의 근원이라는 점 외에도 망아지적부터 엄마의 무시무시한 위엄을 온몸으로 겪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관계는 5세 생일이 가까울 무렵까지 이어졌다. 어느 순간 둘 사이의 관계는 그런 모습으로 영원하겠지 생각했지만 그 생각 또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엘도라도가 입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는데 엘도라도는 원형 패덕 안에 있었고 칸타와 아마르는 바깥 공간에 있었다. 엘도라도는 칸타바라기였고 칸타는 엘도라도를 숫말로서 관심을 두기 시작하니 아마르의 관심은 온통 둘 사이가 가까워지지 않도록 하는데 온통 쏠려 있었다. 아마르는 자유롭게 놀지도 못하고 마치 2차대전 시기에 유태인을 색출하러 다니던 게슈타포처럼 굴었다. 칸타와  엘도라도에게 암말과 숫말의 태도가 나타나면 곧 유태인이라 낙인찍고 체포해서 아우슈비츠에 집어넣을거야 엄포를 놓았다. 아마르의 태도가 강경하고 살벌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급기야 확실한 인증샷 하나를 연출하고야 말았다. 칸타가 엘도라도에게 다가가 엉덩이를 들이대고 꼬리를 요염하게 말아서 들어올리자 아마르가 둘 사이에 확 끼어들더니 칸타에게 인정사정 없는 발길질을 날리고 말았다. 나는 이게 실제상황인가 하고 충격을 받았지만 일단 엘도라도를 마방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 후에 생각해보니 아마르는 정신줄을 놓았기에 잠시 그럴 수 있다쳐도 맞고서도 아무런 항의도 못한 칸타는 뭐란 말인가. 그 사건 이후로 칸타와 아마르사이에 오랫동안 형성되었던 위,아래 관계는 거꾸로가 되었다. 그 후로도 몇 번 아마르가 엄마에게 행패 부리는 모습이 목격됐고 둘을 나란히 세워놓고 간식을 줄 때도 아마르가 내가 많이 받아먹을 테니 엄마 머리는 저리로 치워 하고 밀치기 일쑤였다. 그러면 칸타는 기도 못펴고 아들 눈치를 보며 입안에 든 것이나 겨우 우물우물 씹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살다보니 과연 세상에 모든 말 엄마와 아들이나 딸이  함께 살면 자식이 5세 무렵이 되었을 때 서열이 바뀌게 되는 건가하는  일반화의 가능성에 대하여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답은 오랜 세월 말 목장을 운영하며 수많은 망아지를 키워본 목장주만이 알 거라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다 요즘에 와서 또 서열이 바뀌었다. 바깥에서 둘이 놀다가 칸타가 무슨 일인지 심술이 나서 내가 보기에 아무 짓도 안한 - 하기는 했다.칸타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는.그렇다고 그 땅이 칸타 소유는 아닌데. - 아마르를 걷어찼다. 그랬더니 아마르는 그 옛날 닭들이 날아다니던 승마장에서 바람이에게 뻥 차였던 닭이 비실비실 어디론가 걸어갔던 그 자태 그 느낌 그대로 기운없이 저리로 가버렸다.

 

 내가 만일 정치가였다면 권력의 무상함에 대해서 설핏 찾아든 상념에 잠시 잠겼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치적 취향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찾아도 없는 사람이라 그런가 머릿속은 재빨리 다른 방향으로 회전을 시작했다. 그 방향이란 말과 사람의 교감의 차원이다.

 

  요즘 생활의 변화라면 남편이 거의 주말반처럼 되어 평일에는 기승을 별로 하지 않는 패턴으로 지내는 지가 좀 되었다. 지난 가을까지 내가 아마르를 주로 타다가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도 있고 해서 남편이 기승을 주로 하다보니 자연히 아마르는 평일에 기승운동 할 일이 별로 없다. 날은 춥고 땅의 상태도 별로여서 자유로운 놀이도 별로 못하고 유일한 활동이란 기승운동이 대부분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기승운동이란 단지 사람을 태우는 활동만 의미하지 않는다. 운동 전후로 준비하고 뒷처리 하는 과정에서 갖은 보살핌을 받으며 사랑과 관심을 누리는 일이다.

  한가한 평일에 주로 칸타가 마방복도에 매어져서 엄마의 갖은 보살핌을 받는 동안 아마르와 엘도라도는 부럽다는 듯이 넋을 놓고 구경한다. 아마르는 시샘이 나는 표정으로 눈을 흘기다가 어느 순간 쏙 들어가서 안 보겠다는 듯 엉덩이를 돌리고 서있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내다보고 시샘하고. 그럴 때 칸타의 눈은 초롱초롱하다.

 

  그러기를 한 석 달 지났나보다. 요즘에 아마르는 풀이 팍 죽어 의기소침해 보인다. 물론 주말에는 제 할아버지가 나타나 예뻐해주지만 평일,주말 통합으로 사랑을 받는 칸타에 비하면 약발이 부족해 보인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보니 문득 '동물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정도에 따라 무리내에서 서열이 더 올라간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명제를 가설이라 여기고 우리 아이들 경우를 대입해 보니 어느 정도 맞는 얘기인 것 같다.

 

  아마르는 4세까지 기승운동을 본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3세부터는 기승운동을 많이 시켜야지 했지만 늘 다치거나 다리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주로 놀고먹는 백수신세로 소일하기 일쑤였다. 그러는 동안 칸타는 아빠 태우랴,엄마 태우랴 상당한 몫을 해냈다. 칸타는 의기양양 신경질도 마음껏 팡팡 부리고 기세등등 했던 반면 아마르는 눈치밥 먹는 자식마냥 칸타 앞에서 그저 엄마의 기세에 눌릴 뿐이었다 .올해는 아이들이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었다. 덕분에 아마르도 승용마 한 몫을 거뜬히 해냈다. 게다가 평일,주말 전천후 할머니가 아마르를 주로 탄 시간이 많다. 할아버지가 몽골에 다녀오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홀로 아마르를 타주고 보살폈다. 그러는 사이에 아마르가 칸타를 걷어차며 행패부리는 시기가 놓여있었던 거다. 지난 행적을 추적해보니 칸타와 아마르는 기승운동을 중심축으로 한 사랑과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쪽이 둘 사이 관계의 우위를 점령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실내마장에 들어가 막 칸타를 타기 시작해서 평보로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코치가 축복이를 다 타고 마무리 평보를 하고 있어서 잠시 같이 나란히 어슬렁거리게 되었다. 내가 "축복이 오랫만이야." 했더니 코치가 " 요즘 축복이가 호구네요.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치인다는 얘긴지 자세한 정황은 못 들었으나 코치가 말이 호구라고 말할 때는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간다. 말 서열의 밑바닥에 놓여있다는 의미다. 축복이는 얼마 전까지 자마 마방에서 지내다가 자마의 신분도 없어지고 마방도 모자라서 클럽마방으로 그것도 제일 끝방으로 이사갔다. 끝방은 사람들이 돌아보다가도 미처 발길이 미치지 못하고 가버리는 후미진 곳이다. 축복이가 어떤 말인가. 자마였을 때 자마마방에서 가장 기세등등했다. 새로 온 말이 있으면 터줏대감 행세를 하고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런 말이 호구가 되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얼마 전 문득 축복이가 생각나서 당근을 들고 클럽 마방 끝으로 찾아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축복이는 권세를 누리다가 하루 아침에 팽 당하여 귀양길에 오른 양반님처럼 패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고마워하며 당근을 받아먹었다. 자마였을 때 갖은 치장을 해주고 오랜 시간 공들여 돌봐주던 손길이 끊기니 그렇게 됐다. 말 팔자도 뒤웅박팔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사람의 사랑과 관심으로 서열이 업그레이드 된 말의 특징은 정서적 안정감에서 비롯된 만족감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자발성을 갖는다. 상황에 따라 주인이 좀 힘든 뭔가를 시켜도 반항하지 않고 참아내며 따른다. 칸타의 기승 전과 후의 태도는 매우 다르다. 흔히 비포 에프터로 비교하는 경우에 해당할 만하다. 기승전에는 "난 완벽한 배려를 원해요."의 화신이다. 이런 칸타 덕분에 기승운동을 준비하는 나의 태도는 수행이 높은 스님이 다도(茶道)를 행할 때처럼 느림과 사려깊음이 경지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순악질여사의 허공에 2단 돌려차기,헤드 뱅잉,화살촉 시선을 당해야 한다. 칸타는 타인에 대한 완전한 배려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이런 칸타도 기승운동만 끝나면 그 전의 모습에 보상이라도 해주듯 고분고분해진다. 다시 기승대로 가서 목덜미에 칭찬하고 내려서 다시 칭찬할 때에 칸타가 고개를 약간 돌려 나를 바라보는데 그 시선은 이미 나긋나긋 흘러내리는 크림처럼 부드럽다. 답답한 레인을 풀어서 정리하고 등자를 올리고 빵빵한 복대로 늦춰주고 "자 갈까?" 눈빛으로 말하고 어깨를 열어 길을 터주면 칸타가 나른한 걸음으로 졸래졸래 따라온다. 머리를 낮추어 조아리고 내 걸음에 보조를 맞추어 따라나오는 칸타는 제왕을 따르는 절대충신이다.

 

  칸타와 함께 실내마장을 걸어나오는 시각은 대부분 네다섯 시 경이다. 그 시각 해는 천천히 지고 있어서 마지막 오후햇살이 나와 칸타의 뒤에서 비춰온다. 손을 잡고 가듯 느슨하게 고삐를 손바닥에 걸치고 갈 때 칸타가 머리를 은근하게 내쪽으로 기대온다. 나도 그러는 칸타에게로 몸을 좀 기울여 머리를 맞대본다.  눈앞 땅바닥에  거대한 그림자 풍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그림자는 오징어 형상이었다. 나의 머리와 칸타의 머리가 합쳐져서 오징어 몸체의 삼각형이 되고 우리 다리 여섯개가 오징어다리가 되어 걸을 때마다 흐느적흐느적했다. 내가 칸타와 맞대지 않은 다른 팔을 나비처럼 파랑거렸더니 온몸으로 흐느적거리는 입체적인 오징어형상이 되었다. 말과 사람이 한몸이 된 이미지는 참으로 감동적이었지만 그게 하필 오징어라니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웃음이 터져나와 햇살을 타고 부유하던 공기중으로 퍼져나갔다.

 

  오징어의 형상에서 나의 상상은 잠에서 깨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꼭 오징어가 심해에서 물결을 타고 춤추는 것처럼 떠오른다. 먼먼 시간으로부터 生을 거듭하여 살아왔다면 나는 어느 순간 오징어였고,물이었고,바람이었고,나무였고,말이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칸타도 바위였고,눈송이였고,다람쥐였고,구름이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존재를 거쳐오며 이 순간 우리가 만났을 것인가. 전생과 윤회의 삶이 있다면 그 안에서 무슨 위가 있고 아래가 있을 것인가. 너와 나라는 분별이 사라지고 일체감이란 본질만 남을 때 어떤 생명의 모습을 입고 세상을 살아가든 사랑만이 생명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지어준 마방에서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고 사는 승용마는 이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터전 말고 다른 삶의 모습은 없다. 말들은 그들끼리만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관여하는 사람들조차 같은 무리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렇기에 사람이 생각하든 안하든 의지에 상관없이 말과의 관계망에 얽혀들게 된다. 무수한 관계의 상자를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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